
프린터 매장에서 눈에 들어오는 숫자는 딱 하나입니다. 본체 가격입니다.
관련해서 정수기 고르는 기준도 함께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싼 카트리지 잉크젯이 10만 원 아래, 정품 잉크탱크 복합기가 25만 원선입니다. 15만 원 차이입니다. 그런데 이 15만 원이 실제로 의미를 갖는 구간은 생각보다 훨씬 짧습니다.
두 프린터로 흑백 문서 3,000장씩 뽑아 봅니다. 아이 학습지에 각종 서류에 항공권까지, 몇 년이면 어느 집이든 도달하는 분량입니다. 카트리지 잉크젯은 장당 100원 안팎이니 잉크값만 30만 원 안팎입니다. 잉크탱크는 장당 3원 안팎이니 1만 원이 채 안 됩니다.
10만 원짜리 프린터가 40만 원이 되고, 25만 원짜리 프린터가 25만 원에서 거의 그대로 멈춥니다.
본체 가격이 총비용에서 의미를 갖는 구간은 대략 1,500장까지입니다. 그 뒤로는 전부 소모품이고, 프린터 업계가 실제로 돈을 버는 곳도 거기입니다. 면도기를 싸게 팔고 면도날로 버는 그 모델인데, 이 바닥에서는 아직도 잘 먹힙니다. 상자에 크게 적힌 숫자만 비교하게 만들어 두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글은 모델명부터 시작하지 않습니다. 가정용 프린터는 브랜드가 아니라 비용 구조 네 가지로 나뉩니다. 내 인쇄 습관에 맞는 구조를 먼저 고르면, 모델은 거의 저절로 정해집니다.
네 가지 구조와 각각의 손익분기점
첫째, 카트리지 잉크젯입니다. 본체는 쌉니다. 10만 원 아래, 묶음 상품이면 사실상 끼워 주는 수준입니다. 대신 잉크가 무섭습니다. 실제 숫자를 보면 브라더 LC401 검정 카트리지가 200장 기준이고, HP 67 검정은 120장 정도입니다. 대용량 버전을 쓰면 LC401XL이 500장, 67XXL이 400장 수준까지 올라가지만 그래도 장당 50~80원 구간을 벗어나기 어렵습니다. 그것도 흑백 텍스트 기준입니다. 컬러는 몇 배 더 나갑니다.
둘째, 정품 잉크탱크입니다. 엡손 에코탱크, 캐논 메가탱크, HP 스마트탱크입니다. 칩 박힌 플라스틱 통을 끼우는 대신 병에 든 잉크를 탱크에 부어 넣습니다. 본체는 25만~40만 원선입니다. 그리고 경제학이 완전히 뒤집힙니다. 엡손 522 검정 잉크병 하나가 ISO 기준 4,500장이고, 국내 정품 병값이 1만 원대이니 장당 3원 안팎입니다. 캐논 G3270은 기본 동봉 잉크만으로 흑백 6,000장·컬러 7,700장 수준을 찍습니다. HP 스마트탱크 5101도 동봉 잉크가 흑백 6,000장·컬러 8,000장 규격입니다.
이 숫자를 다시 봅니다. 잉크탱크 프린터는 상자 안에 들어 있는 잉크만으로, 카트리지 잉크젯이 평생 쓸 양보다 많이 인쇄합니다.
셋째, 흑백 레이저입니다. 액체가 아니라 가루입니다. 브라더 HL-L2460DW에 TN830XL 토너를 물리면 ISO 3,000장이고, 장당 비용은 10~20원대에 들어옵니다. 본체는 20만 원 안팎입니다. 흑백 문서를 빠르게, 오래, 안정적으로 뽑습니다. 그리고 몇 달을 방치해도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넷째, 컬러 레이저입니다. 여기서 많이들 다칩니다. 브라더 MFC-L3780CDW는 좋은 기계입니다. 자동 양면, 50매 ADF, 유선랜까지 다 있습니다. 그런데 XXL 토너 풀세트가 60만 원 안팎이고, 실측 리뷰들은 컬러 그래픽 인쇄를 장당 500원 이상으로 잡습니다. 같은 기계에서 흑백 텍스트는 50~70원 수준입니다. 컬러 레이저는 컬러를 위한 기계가 아니라, 컬러도 되는 문서 기계입니다.
손익분기를 계산해 봅니다. 카트리지 잉크젯과 잉크탱크의 본체 차이 15만 원을, 장당 절감액으로 나눕니다. 보수적으로 장당 90원 대 3원이면 약 87원씩 아끼는 셈이니 약 1,700장에서 본전입니다. 장당 150원짜리 기종과 비교하면 1,000장 안팎에서 뒤집힙니다.
A4 용지 두 묶음입니다. 프린터를 쓰기는 하는 집이라면 이 선을 못 넘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한 번 넘고 나면 그 뒤로는 남은 수명 내내 장당 수십 배 차이로 계속 벌어집니다.
흑백 레이저는 이 계산에서 중간에 놓입니다. 본체는 잉크탱크보다 싸지만 장당 10~20원이라 장당 비용만 놓고 보면 잉크탱크에 집니다. 그런데도 레이저를 권해야 하는 상황이 따로 있고, 이유가 비용이 아니라 신뢰성이라서 뒤에서 다룹니다.
정리하면 이런 지형입니다. 카트리지 잉크젯은 400장쯤까지만 유리합니다. 잉크탱크는 자주 뽑는 집에서 압도적입니다. 흑백 레이저는 장당 비용이 중간이지만 방치에 강합니다. 컬러 레이저는 흑백 문서량이 많으면서 컬러도 가끔 필요한 사무 환경용이고, 컬러를 많이 뽑을 생각으로 사면 가장 크게 손해 보는 선택입니다.
장당 비용은 나눗셈 한 번으로 나옵니다
공식은 민망할 만큼 단순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안 합니다.
카트리지 가격 ÷ 표준 수율 = 페이지당 비용(CPP).
여기서 표준 수율은 마케팅 숫자가 아니라는 점이 중요합니다. 국제 표준에 따라 측정합니다. 잉크젯 카트리지는 ISO/IEC 24711, 흑백 토너는 ISO/IEC 19752, 컬러 토너는 ISO/IEC 19798입니다. 주요 제조사가 모두 이 표준으로 측정하기 때문에, 수율만큼은 브랜드를 넘어 직접 비교가 가능합니다. 이 바닥에서 드문 일이고, 적극적으로 써먹을 만합니다.
다만 반드시 알아야 할 함정이 있습니다. 이 표준들은 정해진 테스트 페이지를 색상별 약 5% 커버리지로 인쇄합니다. 각 색이 종이 면적의 5%씩 덮는다는 뜻이라, 4색 컬러 페이지는 합쳐서 최대 20% 안팎이고 흑백 단색 페이지는 5%입니다. 흑백 5%는 상당히 성긴 비즈니스 레터 수준입니다. 줄 간격 넓은 문서에 머리글 정도 얹힌 페이지입니다.
실제로 뽑는 문서는 그보다 진합니다. 그림 큼직하게 들어간 아이 학습지, 표에 음영 깔린 PDF, 로고 박힌 서류 — 현실의 커버리지는 보통 8~20%, 더 높을 때도 있습니다. 그래서 실제 페이지당 비용은 계산값의 두세 배, 많으면 네 배까지 올라갑니다.
비교 자체가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프린터가 같은 배율로 부풀려져 있으니 순위는 유지됩니다. 그러나 예산을 ISO 숫자 그대로 잡으면 어긋납니다. 제 기준은 이렇습니다. ISO로 계산한 뒤 3을 곱해 놓고 그 금액을 감당할 수 있는지 봅니다. 장당 150원이면 괜찮아 보이던 기종도, 450원으로 놓고 보면 판단이 달라집니다.
실제로 해 보면 이렇습니다. 한 달에 50장을 뽑는 집이라면 일 년에 600장입니다. 장당 90원짜리 카트리지 잉크젯이면 ISO 기준 연 5만 4천 원인데, 실제 커버리지를 감안해 3을 곱하면 16만 원 안팎입니다. 같은 600장을 장당 3원짜리 잉크탱크로 뽑으면 ISO로 1,800원, 세 배를 곱해도 5천 원대입니다. 일 년치 잉크값이 프린터 본체 값에 근접하느냐, 커피 한 잔 값이냐의 차이입니다.
계산할 때 두 가지를 더 챙기면 정확도가 올라갑니다. 하나는 컬러를 따로 계산하는 것입니다. 사양표의 컬러 수율은 CMY 세 색을 합쳐 한 장으로 세는 방식이라, 색이 균등하게 안 닳는 실제 사용에서는 한 색이 먼저 바닥납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잉크젯은 검정만 필요한 인쇄에도 한 색이 비면 인쇄를 거부합니다. 다른 하나는 정품 소모품의 국내 실거래가를 넣는 것입니다. 해외 정가와 국내 판매가는 종종 다릅니다.
같은 계열의 함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번들 카트리지입니다. 싼 카트리지 잉크젯에 동봉되는 잉크는 정량이 아니라 표시 수율의 일부만 채운 셋업용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첫 번째 교체 카트리지 값이 본체 값보다 비싼 일이 흔합니다. 실수가 아니라 설계입니다. 반대로 잉크탱크 기종은 동봉 잉크가 정량입니다. 같은 “동봉 잉크”라는 말이 두 방식에서 정반대의 의미를 갖는 셈입니다.
구독 잉크 — 해지 조건부터 읽어야 합니다
HP 인스턴트 잉크가 대표적입니다. 비판하기 전에 공정하게 짚을 것이 있습니다. 어떤 사용 패턴에서는 이게 실제로 가장 싼 선택입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잉크값이 아니라 월 인쇄 매수를 삽니다. HP 공식 요금 페이지 기준으로 월 10장짜리 최저 단계가 1달러 대, 월 700장짜리 최상위 단계가 30달러 안팎이고 그 사이에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구독 요금은 개편이 잦으니 가입 직전에 공식 페이지의 현재 요금표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잉크가 떨어지면 프린터가 알아서 신호를 보내고 카트리지가 배송됩니다. 핵심은 한 장은 한 장으로 센다는 점입니다. 여백 없이 꽉 찬 컬러 사진 한 장과 영수증 한 줄이 똑같이 1장입니다. 진한 컬러를 많이 뽑는 사람에게는 진짜로 유리하고, 잉크탱크보다 나은 거의 유일한 경우입니다.
마케팅이 앞세우지 않는 것이 세 가지 있습니다.
첫째, 이월에 상한이 있습니다. 안 쓴 매수는 다음 달로 넘어가지만 월 요금제 매수의 3배까지입니다. 잉크 요금제 기준이고, 토너 요금제는 2배가 상한입니다. 50장 잉크 요금제면 150장까지만 쌓입니다. 그 위는 사라집니다. 그러니까 넉 달 동안 한 장도 안 쓰다가 갑자기 서류 200장을 뽑는 패턴, 즉 드문드문 몰아 쓰는 사용자가 정확히 이 상한에 걸립니다. 매달 돈은 냈는데 그 매수가 증발한 상태입니다.
둘째, 초과분은 장당이 아니라 묶음으로 팝니다. 요금제 매수를 넘기면 추가 매수를 세트로 구매합니다. HP 설명 기준으로 요금제에 따라 10~15장 묶음에 1.5달러 안팎입니다. 딱 한 장을 넘겨도 한 세트를 사게 됩니다.
셋째,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이 카트리지는 프로그램 전용입니다. 구독용으로 따로 만들어진 칩 박힌 카트리지입니다. 해지해도 그 달의 결제 주기가 끝날 때까지는 인쇄가 되고, 주기가 끝나면 잉크가 남아 있어도 인쇄가 멈춥니다. 쌓아 둔 이월 매수도 구독과 함께 사라집니다. 계속 쓰려면 일반 소매용 카트리지를 따로 사야 합니다.
이 대목은 한 번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프린터 안에 들어 있던 그 잉크는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접근 권한을 빌린 것이고, 그 임대 조건을 펌웨어가 직접 집행합니다. 선반에 놓아 둔 1만 원대 엡손 잉크병과는 소유의 성격 자체가 다릅니다. 가입 전에 이해해야 할 가장 중요한 한 가지입니다.
구독하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조건을 알고 가입하라는 이야기입니다. 요금제는 평균이 아니라 최소 사용량에 맞춰 잡고, 물건을 사는 게 아니라 관계를 맺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면 됩니다.
여기서 국내 사정을 하나 짚고 넘어갑니다. 구독 잉크는 국내보다 미국·유럽에서 훨씬 활발한 서비스입니다. 국내에서 프린터를 알아보는 입장이라면 구독 자체를 선택지에 넣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구조는 알아 둘 값어치가 있습니다. 소모품을 칩으로 잠그고 조건을 펌웨어로 집행하는 방식은 구독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정품 인증·비정품 차단이라는 형태로 일반 카트리지 제품에도 넓게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뒤에 나올 재생토너 칩 이야기가 정확히 같은 뿌리입니다.
잉크는 말라붙습니다 — 매장에서 아무도 말해 주지 않는 것
인쇄를 자주 안 하는 집이라면, 위의 모든 계산보다 이 항목이 먼저입니다.
잉크젯은 카트리지든 탱크든 미세한 노즐로 액체를 분사합니다. 프린터가 오래 쉬면 노즐 안의 잉크가 굳어 막힙니다. 줄이 가고, 색이 빠지고, 아예 안 나옵니다. 그러면 헤드 청소를 돌리게 되는데 여기가 잔인한 부분입니다. 청소 과정 자체가 잉크를 먹습니다. 심하게 막힌 프린터는 인쇄에 쓴 잉크보다 뚫는 데 쓴 잉크가 더 많아지기도 합니다. 최악의 경우 헤드가 영구 손상되고, 가정용 기종은 대개 사용자가 헤드를 교체할 수 없어서 프린터가 그대로 끝납니다.
레이저는 경로 어디에도 액체가 없습니다. 토너는 마른 가루이고 열로 종이에 녹여 붙입니다. 여덟 달을 방치했다가 인쇄 버튼을 눌러도 그냥 나옵니다. 마를 노즐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얼마나 자주 인쇄하느냐”가 이 글의 어떤 스펙보다 위에 있습니다. 한 달에 두어 번 뽑는 집은 다른 조건이 어떻든 흑백 레이저가 정답에 가깝습니다. 막혀서 못 쓰게 된 25만 원짜리 잉크탱크의 페이지당 비용은 무한대입니다. 반대로 매주 뽑는 집은 잉크젯을 오래 씁니다. 자주 쓰는 것 자체가 관리입니다.
여기에 아이러니가 하나 있습니다. 잉크탱크는 잉크가 넉넉해서 막힘에 더 취약한 면이 있습니다. 카트리지 방식은 잉크가 떨어지면 새 카트리지에 새 노즐이 딸려 오는 기종이 많아, 교체가 곧 리셋입니다. 반면 잉크탱크는 헤드가 본체에 고정돼 있어 몇 년을 같은 헤드로 갑니다. 잉크가 아무리 싸도 헤드가 상하면 거기서 끝입니다. 그러니 잉크탱크를 산다면 최소한 2~3주에 한 번은 컬러를 포함해 한 장이라도 뽑는 습관이 사실상의 보험입니다. 아깝다고 몇 달을 쉬게 하는 편이 훨씬 비쌉니다.
전원 관리도 의외로 중요합니다. 잉크젯은 전원을 정상적으로 끄는 과정에서 헤드를 캡으로 덮어 밀봉합니다. 멀티탭 스위치로 전기를 끊어 버리면 이 과정이 생략되고, 노즐이 공기에 그대로 노출된 채 방치됩니다. 절전한다고 콘센트를 뽑아 두는 습관이 잉크젯에서는 역효과입니다.
여기서 안료(피그먼트)와 염료(다이) 차이도 짚습니다. 염료 잉크는 액체에 녹아 있어 사진 색감이 풍부한 대신, 물에 번지고 햇빛에 바랩니다. 안료 잉크는 고체 입자가 섬유 위에 얹히는 방식이라 내수성과 내광성이 훨씬 낫습니다. 가정용 잉크젯은 대개 혼합형입니다. 캐논 메가탱크의 GI-21 세트가 안료 검정에 염료 컬러 조합인데, 영리한 분배입니다. 검정 텍스트는 또렷하고 물에 강하게, 컬러는 사진용으로 화사하게 갑니다. 보관하거나 제출해야 하는 문서를 뽑는다면 안료 검정이 중요하고, 사진 위주라면 염료 컬러가 중요합니다. 참고로 토너는 둘 다 아닙니다. 종이에 녹아 붙은 플라스틱이고, 셋 중 가장 튼튼합니다.
프린터를 죽이는 것은 고장이 아니라 드라이버입니다
가정용 프린터는 연결 자체는 대체로 잘 됩니다. 와이파이 설정도 많이 쉬워졌는데, 그 공의 상당 부분은 표준에 있습니다. 애플 기기의 에어프린트, 안드로이드의 모프리아는 제조사 드라이버를 깔지 않고도 인쇄가 됩니다. 둘 다 지원하는 기종이면 폰·태블릿 인쇄는 사실상 해결된 셈입니다. 사양표에서 이 두 줄은 꼭 확인할 만합니다.
돈을 더 낼 가치가 있는 항목이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유선랜입니다. 프린터를 공유기 근처에 둘 수 있다면 유선이 낫습니다. 와이파이 프린터가 네트워크에서 사라지는 문제는 프린터 민원 중 가장 흔한 항목인데, 케이블 하나로 영구히 끝납니다. 다른 하나는 자동 양면입니다. 40장짜리 문서를 걸어 놓고 자리를 뜨느냐, 옆에 서서 종이를 뒤집느냐의 차이입니다. 엡손이 라인업을 가르는 지점도 정확히 여기입니다. ET-2800은 자동 양면이 없고 ET-2850은 있습니다. 같은 계열에서 값을 더 낼 만한 기능입니다.
스캔은 ADF(자동 문서 급지) 유무가 갈림길입니다. 평판(플랫베드)만 있으면 한 장씩 손으로 올려야 합니다. 여러 장짜리 문서를 가끔이라도 스캔한다면 ADF는 경험 자체를 바꿉니다. 한 번 통과로 양면을 다 읽는 양면 ADF면 한 번 더 바뀝니다.
다만 솔직하게 짚을 것이 있습니다. 폰 카메라 스캔 앱이 상당히 좋아진 덕에, 한두 장짜리 문서는 평판 스캐너보다 폰이 빠릅니다. ADF에 돈을 낼 이유는 화질이 아니라 매수입니다. 열 장짜리 계약서를 폰으로 한 장씩 찍어 본 사람은 이 차이를 압니다. 반대로 스캔 수요가 연간 몇 장 수준이라면 스캐너 없는 단일 기능 프린터가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스캐너가 빠지면 본체가 싸지고, 작아지고, 고장 날 부품도 줄어듭니다.
여기서 자주 하는 실수 하나. 복합기를 사면서 팩스 기능에 값을 얹는 경우입니다. 가정에서 팩스가 필요한 상황은 사실상 사라졌고, 필요하면 온라인 팩스 서비스가 더 쌉니다. 사양표에서 팩스는 가산점이 아니라 무시할 항목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프린터를 실제로 죽이는 원인입니다. 고장이 아닙니다. 드라이버 지원 종료입니다. 프린터는 15년 쓰는 기계 장치인데, 붙어 있는 소프트웨어는 제조사가 길어야 5년쯤 봐 줍니다. 윈도우나 macOS 메이저 버전이 올라가고 드라이버가 갱신되지 않으면, 멀쩡히 돌아가는 기계가 그날로 폐기물이 됩니다. 과소평가된 비용입니다.
방어책은 표준입니다. 에어프린트·모프리아·IPP Everywhere를 지원하는 프린터는 제조사 드라이버 없이 운영체제 내장 기능만으로 구동됩니다. 있으면 좋은 옵션이 아니라, 다음 OS 업그레이드에서 살아남느냐를 가르는 조건입니다. 번들 앱의 완성도보다 프로토콜 지원을 보고 사는 편이 낫습니다.
집에서 가장 오래 방치되는 인터넷 기기
짧지만 중요합니다. 프린터는 운영체제가 돌아가는 네트워크 컴퓨터입니다. 그리고 설치한 날 이후로 가장 오래 잊고 지내는 집 안 기기이기도 합니다.
생각해 보면 이상한 조합입니다. 노트북은 업데이트를 챙기고, 폰은 잠금을 걸고, 공유기 비밀번호는 한 번쯤 바꿉니다. 그런데 프린터는 설치 마법사를 끝낸 그날 이후로 관리 화면을 다시 열어 본 사람이 드뭅니다. 몇 년째 켜져 있고, 집 안 네트워크 안쪽에 있고, 스캔한 문서와 인쇄 대기열이 지나가는 장치인데도 그렇습니다.
취약 지점은 지루할 만큼 일정합니다. 한 번도 안 바꾼 기본 관리자 비밀번호, 갱신 안 한 펌웨어, 출고 상태로 열려 있는 FTP·텔넷 같은 구형 프로토콜, 9100·631 같은 인쇄 포트 개방, 그리고 최악으로는 공유기 설정이나 과한 포트 포워딩 탓에 인터넷에 그대로 노출된 프린터입니다. 특히 마지막 항목이 위험합니다. 원격 인쇄를 편하게 쓰려고 포트를 열어 두면, 인터넷 전체를 훑고 다니는 자동 스캐너의 사정권에 들어갑니다.
여기서 앞 절과 이어지는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드라이버 지원이 끊긴 프린터는 보안 패치도 함께 끊깁니다. 기능이 멀쩡히 돌아가는 것과 알려진 취약점이 막혀 있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오래 쓸 생각이라면, 제조사가 펌웨어를 얼마나 오래 내놓는 브랜드인지도 구매 조건에 넣을 만합니다.
세 가지만 한 번 해 두면 끝납니다. 관리자 비밀번호를 바꿉니다. 펌웨어 자동 업데이트를 켜거나, 없으면 일 년에 한 번 수동으로 확인합니다. 안 쓰는 프로토콜과 클라우드 기능은 끕니다. 공유기에 게스트망이나 IoT 전용망이 있다면 프린터를 거기 두는 것도 합리적입니다. 상시 켜져 있는 다른 기기, 이를테면 가정용 NAS에 적용하는 원칙과 같습니다. 십 분이면 되고, 그 뒤로는 다시 잊고 지내도 괜찮습니다.
국내 이야기 ① 비정품 무한잉크 개조와 재생토너
한국에서 프린터를 이야기하면서 이 시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국내에는 카트리지 잉크젯 본체에 외부 잉크통과 호스를 달아 개조해 파는 비정품 무한잉크 유통이 오래 자리 잡았습니다. 개조 완료품을 파는 전문 쇼핑몰이 따로 있을 정도입니다.
이 개조가 널리 퍼진 이유는 명확합니다. 정품 잉크탱크 기종이 국내에 흔해지기 전까지는, 카트리지 잉크값을 피할 현실적인 방법이 사실상 그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정품 잉크탱크가 보편화되면서 이 계산이 상당 부분 무너졌습니다. 개조품이 이기던 근거는 “장당 잉크값”이었는데, 정품 잉크탱크가 장당 3원 수준으로 내려온 지금은 남은 차이가 본체 가격뿐입니다. 그 대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 만만치 않습니다.
- 보증 — 제조사 보증은 개조 시점에 사실상 정리됩니다. 제조사들도 비정품 잉크로 생긴 문제에는 책임지지 않는다는 입장을 명시합니다. A/S는 판매처 자체 보증에 기대게 되고, 업체가 문을 닫으면 그것도 없습니다.
- 헤드 손상 — 외부 통과 호스로 잉크를 끌어오는 구조는 공기 유입과 압력 문제에 취약합니다. 앞서 짚었듯 가정용 잉크젯은 헤드를 사용자가 갈 수 없는 경우가 많아, 헤드가 상하면 프린터가 끝납니다.
- 품질 편차 — 비정품 잉크는 안료·염료 조성과 내광성이 제각각입니다. 보관해야 하는 문서라면 바래는 속도가 다릅니다.
재생토너도 사정이 비슷합니다. 레이저 쪽에서는 재생토너가 훨씬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토너는 액체가 아니어서 헤드를 망가뜨릴 경로 자체가 없고, 가격 차이도 큽니다. 다만 두 가지를 봅니다. 하나는 품질 편차입니다. 분말 입도와 충전량이 업체마다 달라, 인쇄 농도가 옅거나 배경이 지저분해지거나 드럼 수명이 줄기도 합니다. 다른 하나는 칩입니다. 토너에는 대부분 잔량을 세는 칩이 들어가는데, 재생품이 칩을 교체하지 않았거나 호환 칩을 쓰면 잔량 표시가 틀리거나 인식 자체가 안 되기도 합니다.
여기서 레이저 구매자가 놓치기 쉬운 항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드럼 유닛입니다. 브라더처럼 토너와 드럼이 분리된 구조는 드럼을 1만~2만 장마다 따로 갈아야 하고, 드럼 값이 토너 두세 개 값에 맞먹습니다. HP나 캐논처럼 토너 카트리지에 드럼이 붙어 나오는 일체형은 카트리지 값이 비싼 대신 따로 챙길 부품이 없습니다. 장당 비용을 계산할 때 분리형은 드럼 값을 드럼 수명으로 나눠 더해야 실제 숫자가 나옵니다. 재생토너를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재생 토너 분말이 드럼 표면을 빨리 마모시키면, 토너에서 아낀 금액을 드럼 교체 주기가 당겨지면서 되돌려 주기도 합니다.
레이저 쪽 재생토너는 여전히 실익이 있습니다. 다만 검증된 업체를 하나 정해 계속 쓰는 편이 편차 위험을 줄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구분을 덧붙입니다. 같은 비정품이라도 재생(리필)과 호환(신품 제조)은 다릅니다. 재생은 다 쓴 정품 공병을 회수해 청소하고 다시 충전한 것이고, 호환은 제3의 업체가 처음부터 새로 만든 것입니다. 재생은 원본 부품을 쓰니 물리적 규격은 잘 맞지만 회수한 공병의 상태에 따라 편차가 생깁니다. 호환은 균일도가 낫지만 드럼이나 롤러 품질이 정품에 못 미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프린터 본체 보증과의 관계를 확인해 두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냉정하게 계산해 볼 지점이 하나 있습니다. 정품 잉크탱크의 장당 비용이 이미 3원 수준이라면, 여기서 비정품으로 더 아낄 수 있는 금액은 사실상 없습니다. 아낄 것이 없는 곳에서 위험만 지는 셈입니다. 비정품 논의가 의미를 갖는 구간은 소모품이 비싼 방식, 즉 카트리지 잉크젯과 레이저 토너뿐입니다. 그중 카트리지 잉크젯은 애초에 이 글에서 권하지 않는 구조이니, 실질적으로 남는 것은 레이저 토너 하나입니다.
국내 이야기 ② A/S와 소모품 조달
국내에서 프린터를 살 때는 사양표 밖의 조건 두 가지를 더 봅니다.
서비스센터 접근성. 프린터는 종이가 걸리고 롤러가 닳는 기계 장치라 물리적 수리가 필요한 순간이 옵니다. 국내 유통망과 서비스망이 두꺼운 브랜드일수록 이때 편합니다. 병행수입이나 해외 직구로 들여온 기종은 본체 값이 싸도 A/S 경로가 막히거나 국내 서비스센터에서 처리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 3년 총비용으로 보면 유리하지 않을 때가 많습니다. 살 때 국내 정식 유통 제품인지를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소모품 가격 편차. 국내 정품 카트리지·토너는 유통 경로에 따라 가격이 꽤 벌어집니다. 대형마트, 오픈마켓 최저가, 제조사 공식몰이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프린터를 사기 전에 그 모델의 정품 소모품 국내 최저가를 먼저 검색해 보는 것을 권합니다. 앞의 CPP 공식에 넣을 숫자는 해외 정가가 아니라 그 값이어야 합니다. 여기서 자주 드러나는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국내에 들어오지 않았거나 유통이 얇은 기종은 소모품 값이 유난히 비싸거나 구하기 어렵습니다. 소모품을 쉽고 싸게 구할 수 있는 모델이, 스펙이 조금 더 좋은데 소모품이 귀한 모델보다 낫습니다.
여기에 하나 덧붙이면, 국내 가정의 인쇄 수요는 상당 부분이 관공서·학교 제출용 문서입니다. 정부24 민원 서류, 학교 안내문, 각종 신청서 — 거의 다 A4 흑백 문서입니다. 컬러 사진 출력보다 이쪽이 압도적으로 많다면, 컬러 성능에 예산을 쓰는 선택은 재고할 만합니다. 흑백 레이저 한 대가 이 수요의 대부분을 덮습니다.
그리고 이 수요에는 특징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몰아서 발생합니다. 입학·개학 시즌, 연말정산, 이사나 대출 서류 — 몇 달 잠잠하다가 한 주에 수십 장이 나갑니다. 앞서 짚은 잉크젯 막힘 문제와 구독 잉크의 이월 상한이 동시에 최악으로 작동하는 패턴이 정확히 이것입니다. 국내 가정의 표준적인 인쇄 습관이 구조적으로 잉크젯에 불리하다는 점은, 흑백 레이저를 기본값으로 놓고 생각해 볼 만한 이유가 됩니다.
용지도 한 줄 짚습니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복사용지는 사실상 A4 80g/m²가 표준이고, 대부분의 가정용 프린터는 이 규격에 맞춰 급지가 세팅돼 있습니다. 굳이 신경 쓸 일은 많지 않지만, 사진 인화지나 두꺼운 카드지를 자주 쓸 계획이라면 후면 직선 급지가 있는 기종이 유리합니다. 용지가 심하게 휘지 않고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여덟 대를 한 표에 올려 놓으면
국내 유통가는 시기와 판매처에 따라 변동이 큽니다. 아래 본체 가격은 대략적인 참고선입니다. 페이지당 비용은 ISO 표준 수율 기준이며, 앞서 짚은 5% 커버리지 전제가 붙습니다.
| 모델 | 방식 | 컬러 | 인쇄 속도(흑백 ppm) | 흑백 CPP | 컬러 CPP | 자동 양면 | ADF | 연결 | 본체 가격(대략) |
|---|---|---|---|---|---|---|---|---|---|
| 엡손 에코탱크 ET-2800 | 잉크탱크 | 있음 | 약 10 | 약 3원 | 약 10원 안팎 | 없음 | 없음 | 와이파이, USB, 에어프린트, 모프리아 | 25만 원선 |
| 엡손 에코탱크 ET-2850 | 잉크탱크 | 있음 | 약 10.5 | 약 3원 | 약 10원 안팎 | 있음 | 없음 | 와이파이, USB, 에어프린트, 모프리아 | 28만 원선 |
| 캐논 픽사 G3270 | 잉크탱크 | 있음 (안료 검정 + 염료 컬러) | 약 11 | 3원 수준 | 낮음 | 없음 | 없음 | 와이파이, USB, 에어프린트, 모프리아 | 30만 원선 |
| HP 스마트탱크 5101 | 잉크탱크 | 있음 | 약 12 | 낮음 | 낮음 | 없음 | 없음 | 와이파이, USB, 에어프린트, 모프리아 | 30만 원선 |
| 브라더 HL-L2460DW | 흑백 레이저 | 없음 | 약 36 | 약 10~20원 | 해당 없음 | 있음 | 해당 없음(스캐너 없음) | 와이파이, 유선랜, USB, 에어프린트, 모프리아 | 20만 원선 |
| 브라더 MFC-L3780CDW | 컬러 레이저 | 있음 | 약 31 | 약 50~70원 | 약 500원 이상 | 있음 | 있음(50매) | 와이파이, 유선랜, USB, 에어프린트, 모프리아 | 60만 원선 |
| 브라더 MFC-J1010DW | 카트리지 잉크젯 | 있음 | 약 17 | 약 90원(XL 약 40원) | 높음 | 없음(수동) | 있음(20매) | 와이파이, USB, 에어프린트, 모프리아 | 12만 원선 |
| HP 데스크젯 2855e | 카트리지 잉크젯 | 있음 | 약 7.5 | 약 190원(XXL 약 60원) | 높음 | 없음 | 없음 | 와이파이, USB, 에어프린트, 모프리아 | 8만 원선 |
이 표는 행이 아니라 열로 읽습니다. 흑백 CPP 열은 3원부터 190원까지, 약 63배가 벌어집니다. 본체 가격 열은 8만 원부터 60만 원까지, 10배가 안 됩니다. 이 두 열이 이 글의 논지 전부입니다.
인쇄 습관별로 고르면 이렇게 됩니다
인쇄 습관에 구조를 맞추면 됩니다. 나머지는 부차적입니다.
거의 안 쓰는 집 — 두어 달에 서류 한 장. 흑백 레이저입니다. 브라더 HL-L2460DW급, 20만 원 안팎입니다. 장당 비용이 싸서가 아니라, 방치를 견디는 유일한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이 패턴에서 잉크젯을 사면 막힙니다. 그리고 뚫느라 버리는 잉크가 인쇄에 쓴 잉크보다 많아집니다. 컬러가 가끔 필요하면 인쇄소나 사진 출력 서비스를 쓰는 편이 실제로 더 쌉니다. 이 유형에서 가장 흔한 후회는 “혹시 몰라서” 컬러 복합기를 산 것입니다. 그 혹시는 일 년에 두세 번 오고, 그때마다 프린터는 막혀 있습니다.
아이 학습지·서류가 많은 집. 잉크탱크에 자동 양면입니다. ET-2850, 캐논 G3270, HP 스마트탱크 5101 모두 무난합니다. 자주 쓰는 것은 잉크젯에 오히려 좋은 조건이고, 장당 3원이면 잉크 걱정 자체를 안 하게 됩니다. 그것이 이 가격대에서 살 수 있는 진짜 편의입니다. 우선순위는 자동 양면에 둡니다. 종이가 절반으로 줄고, 프린터 앞에 서서 종이 뒤집는 일이 없어집니다. 여유가 되면 급지 용량도 봅니다. 100장짜리 후면 급지와 250장짜리 전면 카세트는 학습지를 상시로 뽑는 집에서 체감 차이가 꽤 큽니다.
사진을 뽑는 집. 염료 컬러가 들어간 잉크탱크로 가되, 잉크 색상 수를 봅니다. 4색 기종은 사진도 되는 문서 프린터에 가깝습니다. 회색이나 포토 블랙 탱크가 추가된 6색 이상 사진 특화 모델이라야 피부톤과 어두운 계조가 제대로 나옵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프린터보다 용지가 더 중요합니다. 좋은 프린터에 싼 용지를 쓰면, 평범한 프린터에 좋은 용지를 쓴 것보다 항상 못합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일 년에 사진 몇십 장을 뽑는 정도라면 온라인 인화 서비스가 화질과 비용 양쪽에서 앞섭니다. 집에서 사진을 뽑는 이유는 대개 경제성이 아니라 바로 손에 쥘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 값을 치를 생각이라면 6색으로 가고, 아니라면 문서용 4색이 맞습니다.
홈오피스에서 문서를 많이 뽑는 집. ADF와 유선랜을 갖춘 흑백 레이저를 본진으로 두고, 컬러가 필요할 때를 대비해 저렴한 잉크탱크를 한 대 곁에 둡니다. 중복처럼 들리지만 컬러 레이저 한 대보다 쌉니다. 컬러 레이저 토너는 이 글에 나온 모든 소모품 중 가장 비싸고, 그래픽 기준 장당 500원을 넘습니다. 제 몫에 맞는 두 대가, 절반의 일에 안 맞는 한 대보다 낫습니다. 두 대가 부담스럽다면 컬러 레이저 한 대로 가되, 컬러는 꼭 필요할 때만 쓴다는 전제를 세워 두는 편이 낫습니다. 기본 인쇄 설정을 흑백으로 바꿔 두는 것만으로도 실수로 나가는 컬러 인쇄가 크게 줄어듭니다. 홈오피스 책상을 처음부터 꾸리는 중이라면 미니PC 고르는 법도 같은 기준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마무리
불편한 이야기를 하나 하면, 프린터 매대는 가장 중요하지 않은 숫자를 중심으로 설계돼 있습니다. 본체 가격이 헤드라인인 이유는 그것이 싼 기계가 이기는 유일한 항목이기 때문입니다. 페이지당 비용은 스펙표 각주에, 그것도 소수점 단위로 적혀 있습니다. 체감이 안 되게 만든 단위입니다.
이 구조가 오래 버틴 이유도 분명합니다. 프린터는 사는 순간과 비용을 치르는 순간이 몇 년씩 떨어져 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은 성능이 마음에 안 들면 곧바로 알아채지만, 프린터는 잉크를 세 번쯤 갈고 나서야 잘못 샀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리고 그때는 이미 그 기계의 소모품 생태계 안에 들어와 있습니다. 다시 사는 것보다 계속 사는 쪽이 덜 아파 보이는 지점, 거기서 이 사업이 돌아갑니다.
그래서 판단은 사기 전에 끝내야 합니다. 방법은 앞에서 짚은 나눗셈 하나뿐이고, 거기에 본체 가격을 더해 3년치로 늘려 보면 실제로 치르는 총액이 나옵니다. 그것이 사는 금액입니다. 나머지는 포장입니다.
집에서 한 해에 몇 장을 뽑는지, 그 숫자부터 잡아야 합니다. 그것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프린터를 아직 고를 수 없습니다.
※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원문 출처 / Source: https://www.hp.com/us-en/tech-takes/printing/buyers-guide/hp-instant-ink-plans-program-guide.html
이미지: Mahrous Houses / Unsplash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