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선 이어버드를 살 때 대부분이 빠지는 함정이 하나 있습니다. 비교표를 열고 스펙 칸을 훑은 뒤, 노이즈 캔슬링 수치가 가장 깊고 코덱이 가장 화려하고 배터리가 가장 긴, 숫자가 가장 큰 제품을 고르는 것입니다.
관련해서 오버이어 노이즈캔슬링 헤드폰 고르는 법도 함께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관련해서 블루투스 코덱도 함께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운동별로 어떤 걸 고를지는 운동용 무선 이어폰 추천 글에서 정리했습니다.
밀폐형과 오픈형 사이에서 고민이라면 밀폐 ANC vs 오픈형 비교를 참고하면 좋습니다.
그런데 막상 받아 보면 친구의 저렴한 이어버드보다 소리가 별로입니다. 아니면 뛸 때마다 자꾸 빠집니다. 대단하다던 노이즈 캔슬링은 사무실 잡담을 거의 못 막습니다.
스펙 시트가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숫자가 가짜라서가 아니라, 이어버드는 스펙표만 보고 평가할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스펙이 아니라 내 귀에 맞추는 문제입니다
이어버드는 내 귓속에 밀어 넣고, 내 폰에 연결하고, 내 하루 속에서 쓰는 물건입니다. 좋은 이어버드는 스펙이 가장 좋은 제품이 아니라, 그 스펙이 내 귀와 내 생활에 맞아떨어지는 제품입니다.
이 관점 하나만 잡으면 고르기가 훨씬 쉬워집니다. 실제로 체감을 좌우하는 순서대로 짚어 보겠습니다.
1. 착용감(핏)이 가장 먼저입니다
이것이 단연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사람들이 가장 심하게 무시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음질, 노이즈 캔슬링, 운동 중 이탈 여부까지 — 다른 모든 스펙은 착용감이 먼저 받쳐 줘야 제 성능을 냅니다.
크게 두 계열이 있습니다. 인이어 방식은 실리콘(또는 폼) 팁으로 귓구멍 안을 밀폐합니다. 오픈형·반오픈형은 흔히 보는 딱딱한 플라스틱 형태로, 귀 입구에 걸쳐 놓을 뿐 밀폐하지 않습니다.
이 밀폐, 즉 씰(seal)이 그 뒤의 모든 것을 바꿉니다. 좋은 씰이 있어야 저음이 살아나고, 노이즈 캔슬링이 작동할 근거가 생기고, 이어버드가 귀에 단단히 고정됩니다. 씰이 나쁘면 소리는 얇아지고, ANC는 거의 효과가 없고, 이어버드는 헐겁게 흔들립니다.
문제는 사람마다 귓구멍 모양이 다르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함께 들어 있는 여분의 팁 사이즈가 생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팁 사이즈가 하나뿐인 제품이라면 조용한 경고 신호입니다.
5분만 투자해 팁을 바꿔 끼우며 씰 테스트를 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착용하고 음악을 튼 뒤 살짝 당겨 봅니다. 제대로 자리 잡았을 때 소리가 갑자기 깊어지면 그것이 내 사이즈입니다. 아무리 바꿔도 밀폐가 안 되면, 그 모델은 내 귀 모양과 안 맞는 것이고, 좋은 스펙으로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2. 노이즈 캔슬링 — 실제로 무엇을 하는지 알아야 합니다
액티브 노이즈 캔슬링(ANC)은 바깥 소리를 듣고 반대 파형을 만들어 상쇄하는 기술입니다. 그런데 아무도 잘 말해 주지 않는 핵심이 있습니다. ANC는 일정하고 낮은 주파수의 웅웅거림에는 정말 강합니다. 비행기 객실, 지하철 진동, 냉난방기 소음 같은 것입니다.
반대로 사람 목소리에는 훨씬 약합니다. 목소리는 넓은 대역에 걸쳐 있고, 특히 말을 알아듣게 하는 자음 성분이 ANC가 잘 닿지 않는 대역에 있기 때문입니다. 옆자리 대화, 뒤쪽 아이 소리, 커피숍 주문 호출은 광고가 말하는 것보다 훨씬 덜 잡힙니다.
대략적인 감각으로, 저가 ANC는 저주파 웅웅거림의 일부만 줄이는 반면 고급 시스템은 더 넓은 대역에서 상당 부분을 깎아 냅니다. 다만 목소리는 둘 다 어려워합니다.
두 가지만 덧붙이겠습니다. 첫째, 밀폐가 안 되는 오픈형을 살 거라면 ANC 효과가 크게 제한됩니다. 씰이 없어 ANC가 기댈 차단막이 없으니, 그 기능에 큰 비용을 더 쓸 이유는 없습니다.
둘째, ANC의 반대편에는 주변음(투명) 모드가 있습니다. 바깥 소리를 들려줘서 차나 안내 방송을 들을 수 있게 합니다. 좋은 투명 모드는 자연스럽고, 나쁜 것은 값싼 보청기처럼 들립니다. 밖이나 사무실에서 쓸 거라면 투명 모드 품질도 캔슬링 성능만큼 중요합니다.
3. 코덱과 무선 — 마케팅이 가장 시끄럽고 현실이 가장 조용한 곳
코덱 이름들이 마치 선수 기록처럼 나열됩니다. SBC, AAC, aptX, LDAC. 코덱은 그저 오디오를 블루투스로 보내기 위해 압축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실제로 의미가 있느냐를 결정하는 것은 내 폰의 운영체제입니다.
아이폰이라면 iOS는 SBC와 AAC만 지원합니다. aptX나 LDAC은 아예 지원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LDAC 고음질”을 내세운 제품도 아이폰에서는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어차피 AAC로 듣게 됩니다.
안드로이드라면 그 위에 aptX나 LDAC을 얹을 수 있습니다. 다만 이는 안드로이드라서가 아니라 폰의 칩셋·제조사에 달렸습니다. 모든 안드로이드가 지원하는 것은 아니고, 일부 플래그십은 aptX를 아예 빼기도 합니다. 지원되는 경우 특히 LDAC은 훨씬 높은 비트레이트를 밀어 넣습니다. 다만 정직하게 말하면, 폰과 이어버드와 음원 파일까지 전 구간이 지원해야 합니다. 압축된 음원을 스트리밍하면 고급 코덱이 실어 나를 것이 없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대부분의 상황에서, 좋은 AAC 연결과 고음질 코덱의 차이는 팁 씰이 제대로 잡혔을 때의 차이보다 훨씬 작습니다. “고급 코덱은 항상 더 좋다”는 오디오에서 가장 과대평가된 생각 중 하나입니다.
일상에서 조용히 더 유용한 무선 기능은 따로 있습니다. 멀티포인트입니다. 노트북과 폰처럼 두 기기에 동시에 연결해 둘 수 있어서, 한쪽에서 통화가 와도 다른 쪽을 다시 페어링할 필요가 없습니다. 기기를 자주 오가는 사람이라면 어떤 코덱보다 멀티포인트가 매일의 번거로움을 더 줄여 줍니다.
4. 배터리 — 숫자 하나가 아니라 두 개를 봅니다
제조사는 큰 숫자 하나를 즐겨 인용하는데, 보통 충전 케이스를 포함한 총시간입니다. 하지만 하루를 실제로 좌우하는 것은 버드 단독 재생 시간입니다. 케이스에 다시 넣기 전까지 버틸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ANC를 켜면 이 수치는 떨어집니다. 때로는 꽤 큰 폭으로 떨어집니다. 그래서 표기가 ANC를 켠 상태로 측정한 것인지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실사용 시간은 보통·큰 볼륨에서 공칭보다 낮게 나오는 경향도 있습니다.
급속 충전은 정말 유용합니다. “10분 충전에 1시간 재생” 같은 급속 충전이, 큰 총용량 숫자보다 “충전 깜빡한 아침”을 더 잘 구해 줍니다.
그 밖에 실사용을 좌우하는 것들
핏·ANC·코덱·배터리, 이 네 가지가 뼈대입니다. 여기에 사랑하느냐 후회하느냐를 조용히 가르는 몇 가지를 덧붙이겠습니다.
### 방수 등급(IP)
운동 중에는 땀과 빗물이 이어버드의 가장 큰 위협입니다. IP 등급이 얼마나 견디는지를 알려 줍니다. 헬스·러닝용이라면 IPX4(생활방수·땀 방지) 정도면 충분하고, 정말 물을 많이 쓰는 게 아니라면 더 높은 등급을 좇을 필요는 없습니다. IP 코드 체계가 복잡해 보인다면, 스마트워치에 적용되는 논리와 같으니 IP 방수 등급이 실제로 뜻하는 것을 먼저 이해해 두면 안 쓸 보호 등급에 돈을 더 쓰지 않게 됩니다.
### 통화 마이크 품질
이것은 음질과 별개입니다. 통화는 더 좁은 다른 오디오 경로를 쓰고, 중요한 것은 마이크 개수와 바람·주변 소음을 얼마나 잘 걸러 내는가입니다. 통화가 많다면 따로 확인할 가치가 있습니다. 음악 재생이 뛰어난 이어버드도 통화 품질은 별개여서, 상대에게는 형편없이 들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지연·앱·생태계
지연(영상보다 소리가 늦는 것)은 게임에서, 덜하지만 영상에서도 중요합니다. 저지연 모드가 도움이 됩니다. 이퀄라이저가 있는 좋은 앱은 원래 손댈 수 없던 소리를 다시 다듬게 해 줍니다.
생태계 락인도 실재합니다. 아이폰과 짝지은 에어팟류는 즉시 전환과 핸즈프리 음성 편의를 주지만 안드로이드에서는 그것을 잃습니다. 반대로 범용 이어버드는 그 매끈함을 내주는 대신 어디서나 똑같이 잘 작동합니다. 어느 쪽이 옳은 게 아니라, 한 회사의 세계 안에 사는지 여러 기기를 오가는지에 달렸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에게 무엇이 맞나
한 가지만 가져가신다면 이것입니다. 스펙 시트를 따지기 전에, 내 귀와 내 습관을 먼저 기준으로 삼는 것이 맞습니다. 가장 비싼 제품이 자동으로 정답은 아니고, 가장 과대평가된 스펙(이색 코덱, 헤드라인 배터리 숫자)은 팁이 밀폐되는지 같은 수수한 부분보다 훨씬 덜 중요합니다.
### 운동용으로 주로 사는 분
핏과 IP 등급이 먼저입니다. 흔들어도 버티는 단단한 씰(또는 윙팁·후크 형태)을 원하고, 땀과 비에는 IPX4면 충분합니다. ANC는 있으면 좋은 정도지 우선순위가 아닙니다. 길에서는 오히려 주변 인지가 필요할 때도 많습니다. 러닝 중에 체감도 못 할 고음질 코덱에 돈을 더 쓸 이유는 없습니다.
### 조용함을 원하는 통근족
ANC가 진짜 값을 하는 유일한 경우입니다. 지하철과 버스가 바로 ANC가 가장 잘 다루는 저주파 웅웅거림이기 때문입니다. 밀폐되는 인이어 형태(ANC는 씰이 필요합니다)와 강한 캔슬링을 우선하고, 안내 방송을 들을 투명 모드 품질도 함께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ANC를 켠 상태의 배터리가 이 유형에게 중요한 숫자입니다.
### 음질이 전부인 분
핏부터 잡는 것이 먼저입니다. 밀폐 안 된 이어버드는 드라이버가 아무리 좋아도 음질에 한계가 생깁니다. 그다음, 안드로이드에 고음질 음원까지 갖췄을 때만 LDAC 같은 프리미엄 코덱이 조금 더 보태 줍니다. 아이폰이라면 코덱 과대광고는 완전히 무시하고 드라이버와 튜닝에 돈을 쓰는 편이 낫습니다. 제대로 된 이퀄라이저가 있는 앱이 마케팅 스펙보다 값집니다.
### 통화가 많은 분
음악 스펙이 아니라 마이크 성능과 주변 소음 제거를 우선하는 편이 낫습니다. 여기서는 멀티포인트가 거의 필수입니다. 노트북과 폰을 오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음악이 가장 좋은 이어버드도 통화용으로는 평범할 수 있으니, 사기 전에 통화 품질 후기를 확인하는 편이 좋습니다.
### 가성비를 원하는 분
착용감은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닙니다. 씰이 잘 잡히는 저가 제품이 안 맞는 프리미엄 제품을 매번 이깁니다. 안정적인 연결, IPX4, 괜찮은 배터리를 확보하고, ANC와 이색 코덱은 필수가 아니라 보너스로 여기면 됩니다. 솔직히 대부분의 사람은 여기서 가장 만족스럽고, 플래그십에 더 쓰는 돈은 일상 청취에서 체감 차이가 빠르게 줄어듭니다.
내 귀부터, 그다음 폰의 OS, 그다음 내 하루 일과 순서로 보면 됩니다. 스펙은 이 셋을 받쳐 주려고 있을 뿐입니다.
원문 출처 / Source: https://www.soundguys.com/understanding-bluetooth-codecs-15352/
이미지: Daniel Romero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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