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 도어락을 고를 때 대부분 엉뚱한 것을 비교합니다. 등급이 몇이고, 색이 무엇이고, 걸쇠가 얼마나 튼튼한지를 봅니다. 사실 그건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기 소개할 제품은 전부 문을 잘 잠급니다. 5년 뒤에 이 도어락을 좋아할지 미워할지를 가르는 건 상세페이지 맨 아래에 작게 적힌 그 항목입니다. 바로 “어떻게 문을 여는가”입니다.
관련해서 홈캠 고르는 법도 함께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그래서 관점을 바꿔야 합니다. 스마트 도어락은 자물쇠를 사는 것이 아닙니다. 실제로 선택하는 것은 “인증 방식”입니다. 그리고 그 밑에는 “스마트홈 생태계 계약”이 조용히 딸려 옵니다.
내 문을 여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닙니다
잠깐 생각해 봅니다. 내 집 문을 여는 사람은 나 혼자가 아닙니다. 다른 폰을 쓰는 배우자, 폰이 아예 없는 아이, 일주일에 두 번 오는 반려동물 산책 도우미, 가끔 오시는 부모님. 그리고 여벌 열쇠를 다 나눠 줘서 부를 일이 없어진 열쇠공까지.
이 사람들 전부가 들어올 방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방법마다 각자의 “고장 시나리오”가 있습니다. 폰은 방전됩니다. 손님은 비밀번호를 잊습니다. 지문 센서는 추운 날이나 젖은 손에 예민해집니다.
좋은 도어락은 기능이 제일 많은 제품이 아닙니다. 그 집 생활 방식에 백업 수단이 맞아떨어지는 제품입니다.
현대 도어락을 여는 다섯 가지 방법
스마트 도어락으로 문을 여는 길은 크게 다섯 가지입니다. 각각 장단이 다릅니다.
지문은 가장 빠르고 가장 사람답습니다. 들고 다닐 것도, 외울 것도 없습니다. 다만 추위나 젖은 손에 가장 취약하고, 직접 등록할 수 없는 손님에게는 무용지물입니다.
애플 홈 키(Apple Home Key)는 지금 나온 것 중 가장 매끄러운 태그 방식입니다. 아이폰이나 애플워치를 도어락에 가까이 대면 열립니다. 잘 안 알려진 장점이 하나 있습니다. 폰 배터리가 0%로 표시된 뒤에도 한동안은 여전히 열립니다. 애플이 익스프레스 카드 계열 기능에 넣어 둔 예비 전력(최대 5시간) 덕분입니다. 함정은 이름 그대로입니다. 애플 전용입니다. 집안이 전부 아이폰이면 최고지만, 절반이 안드로이드라면 공용 수단으로는 쓸 수 없습니다.
키패드(비밀번호)는 가장 공평한 수단입니다. 폰도, 앱도, 계정도 필요 없습니다. 산책 도우미에게 아무것도 건네지 않고 들여보내는 방법이고, 아이가 집에 들어오는 방법입니다. 괜찮은 도어락은 거의 다 갖추고 있고, 솔직히 저는 절대 포기하지 않을 백업 수단이라고 생각합니다.
앱(와이파이·블루투스·매터 기반)은 원격으로 제어하는 계층입니다. 회사에서 문을 열어 주고, 잠갔는지 확인하고, 기간 한정 손님 비밀번호를 발급합니다. 편리합니다. 다만 클라우드에 의존하는 부분이고, 제조사가 몇 년 뒤 서버를 닫아 버리면 무력화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물리 열쇠 백업은 지루한 영웅입니다. 진짜 열쇠 구멍이 남아 있는 도어락이라면 배터리 방전은 짜증 나는 일일 뿐, 문 앞에 갇히는 사태는 아닙니다. 열쇠 구멍을 아예 없앤 도어락은 전자 장치가 계속 정상 작동하리라는 전제에 모든 것을 맡기는 셈입니다.
“애플 홈 지원”과 “매터”는 다릅니다
여기서 상세페이지가 대놓고 말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생태계 지원과 매터(Matter)는 같은 말이 아닙니다. 그리고 이 차이가 나중에 발목을 잡습니다.
매터는 새로 나온 크로스 플랫폼 표준입니다. 앞서 매터 입문 가이드에서 자세히 다뤘습니다. 기기 하나가 애플 홈·구글 홈·알렉사·스마트싱스에서 동시에 작동하고, 무엇보다 로컬에서 직접 돌아가기 때문에 인터넷이 끊겨도 정상 작동한다는 것이 매터의 핵심입니다.
그런데 어떤 도어락은 “애플 홈”을 지원하면서도 매터는 지원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목록에서 가장 분명한 예가 슐라지 인코드 플러스(Schlage Encode Plus)입니다. 애플 홈 키가 되고, 홈킷이 되고, 알렉사와 구글이 됩니다. 그런데 슐라지 공식 지원 문서 기준으로 이 제품은 매터 기기가 아닙니다. 알렉사·구글에는 로컬 매터 연결이 아니라 슐라지의 와이파이 클라우드를 거쳐 닿습니다. 지금 당장은 문제없습니다. 다만 “8년 뒤에도 이게 돌아갈까”를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짚어 봐야 할 지점입니다.
진짜 갈림길은 세 갈래입니다
정리하면 시장은 세 진영으로 나뉩니다.
한쪽은 “홈 키 우선” 도어락입니다. 슐라지 인코드 플러스, 예일 어슈어 락 2 플러스가 여기 속합니다. 세련되고, 애플 인증에, 키패드 중심입니다. 직구 기준 대략 30만~40만 원선입니다. 대신 지문이 없고, 슐라지의 경우 매터도 없습니다.
다른 한쪽은 “매터 오버 스레드” 도어락입니다. 아쿠아라 U100·U300, 울트라락 볼트 핑거프린트 매터입니다. 같은 값이거나 더 싼 값에 지문·키패드·홈 키·로컬 매터를 한 번에 줍니다.
그리고 완전히 다른 세 번째 진영이 있습니다. “리트로핏(부착형)” 도어락입니다. 오거스트 4세대, 스위치봇 락 울트라가 여기 해당합니다. 걸쇠를 교체하지 않습니다. 이미 달려 있는 도어락 뒷면에 물려서, 기존 열쇠와 바깥쪽 손잡이를 그대로 두고, 세입자도 문 하드웨어를 건드리지 않고 설치할 수 있습니다.
글로벌 모델 비교 표
아래 표의 가격은 대략선이며, 색상과 시기에 따라 달라집니다.
| 모델 | 인증 방식 | 생태계 / 매터 | 전원·수명 | 설치 | 가격(대략) |
|---|---|---|---|---|---|
| 슐라지 인코드 플러스 | 키패드, 애플 홈 키, 앱(와이파이), 물리키 | 홈킷·알렉사·구글(클라우드) — 매터: 없음 ¹ | AA 건전지 ² | 걸쇠 교체 | 직구 기준 대략 40만 원선 |
| 예일 어슈어 락 2 플러스 | 키패드, 애플 홈 키, 앱, 물리키 ³ | 홈킷·알렉사·구글 — 매터: 없음 ⁴ | AA 건전지 ² | 걸쇠 교체 | 대략 30만 원선(BLE)~40만 원대 초반(와이파이) |
| 아쿠아라 U100 | 지문(50개), 키패드, 애플 홈 키, NFC, 앱, 물리키 | 홈킷·구글·알렉사 — 매터 오버 스레드(스레드 보더 라우터 필요) ⁵ | AA 건전지 ² | 걸쇠 교체 | 대략 25만 원선 |
| 아쿠아라 U300 | 지문(25개, 손잡이 내장), 키패드, 애플 홈 키, NFC(10개), 앱, 물리키 | 홈킷·구글·알렉사 — 매터 오버 스레드 | AA 4개(6V), 약 10개월 ⁶ | 걸쇠 교체(레버형) | 대략 30만 원선 |
| 울트라락 볼트 핑거프린트(매터) | 지문(50인), 키패드, 앱, 음성, 물리키 | 홈킷·알렉사·구글 — 매터 또는 와이파이(구매 시 선택) ⁷ | AA 8개, 약 1~1.5년 ⁷ | 걸쇠 교체 | 대략 25만 원선 |
| 오거스트 와이파이 스마트락(4세대) | 앱(와이파이), 자동 잠금 해제, 기존 물리키 — 본체 키패드 없음 ⁸ | 홈킷·알렉사·구글 — 매터: 없음 | CR123A 2개, 약 3개월 | 부착형(기존 걸쇠 위) | 대략 20만~25만 원선 |
| 스위치봇 락 울트라 | 앱, 키패드·지문·NFC(별매), 기존 물리키 | 홈킷·알렉사·구글 — 매터(허브 필요) ⁹ | 리튬이온, 약 9개월 ⁹ | 부착형(기존 걸쇠 위) | 락 대략 22만 원선 + 키패드 별매 |
¹ 슐라지 공식 지원 문서 기준 인코드 플러스는 매터 기기가 아니며, 알렉사·구글에는 로컬 매터가 아닌 와이파이 클라우드로 닿습니다. 슐라지의 매터 오버 스레드 제품은 별도 라인인 센스 프로입니다. ² 제조사가 모든 색상·사용량을 하나의 개월 수치로 공표하지 않습니다. AA 기준 사용량에 따라 대략 6~12개월로 보면 됩니다(U100은 아쿠아라 공표 기준 하루 8회 사용 시 약 8개월). ³ 애플 홈 키를 품은 어슈어 락 2 라인(플러스)은 키패드 기반이며 지문 인식기가 없습니다. 예일의 지문 버전(터치)에는 홈 키가 없습니다. ⁴ 예일은 라인업에 별도의 매터 모델을 두고 있으나, 홈 키를 지원하는 어슈어 락 2 플러스는 그 모델이 아닙니다. ⁵ 아쿠아라의 홈 키는 허브 없이 블루투스로 바로 작동합니다. 매터 기능에는 스레드 보더 라우터가 필요합니다 — 아쿠아라 허브(M2/M3)나 애플 TV 4K·홈팟 미니로도 가능합니다. ⁶ 아쿠아라 공표 기준 U300은 하루 지문 해제 약 10회 시 최대 약 10개월입니다. ⁷ 울트라락 볼트 핑거프린트는 매터 에디션과 와이파이 에디션이 따로 있으며, 매터가 로컬 표준 옵션입니다. AA 8개 기준 약 1~1.5년(U-tec 공표). ⁸ 오거스트는 부착형 유닛입니다. 바깥쪽 손잡이와 열쇠 구멍을 그대로 쓰므로 물리키가 여전히 통하지만, 본체에는 키패드가 없습니다(예일·오거스트 계열의 별매 키패드 터치가 이를 보완합니다). ⁹ 스위치봇 락 울트라 본체는 블루투스만 내장합니다. 매터·홈킷·원격 접속은 별매 스위치봇 허브를 거쳐야 합니다. 지문·비밀번호·NFC는 별매 키패드 터치나 키패드 비전이 필요합니다. 리튬이온 기준 최대 약 9개월.
그런데 한국 시장은 판이 다릅니다
여기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위 표는 전부 글로벌(주로 미국) 모델입니다. 한국 시장은 사정이 상당히 다릅니다.
국내는 삼성SDS 계열(홈IoT 사업이 직방 브랜드로 이관된 제품군)·솔리티·게이트맨·에버넷 같은 국산 브랜드가 주류입니다. 문 구조부터 다릅니다. 한국 아파트 현관문은 미국식 걸쇠(데드볼트) 교체형이 아니라 모티스(문 안에 매립된 잠금 기구) 방식이 많아서, 위의 미국식 부착형·걸쇠 교체형 제품을 그대로 다는 것이 까다롭습니다.
인증 방식도 결이 다릅니다. 국산 도어락은 지문·비밀번호·RF 카드·스마트폰 앱이 중심이고, 애플 홈 키나 매터 오버 스레드 같은 글로벌 스마트홈 표준을 지원하는 국산 제품은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삼성 계열이 스마트싱스와 붙는 정도가 대표적입니다. 즉, 국내에서 “애플 홈으로 문을 태그해서 열겠다”는 그림을 실현할 수 있는 제품은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국내 구매자라면 판단 축을 조금 바꿔야 합니다. 글로벌 모델을 직구할 것인가(문 구조·전압·A/S를 감수하고), 아니면 국산 주류에서 지문·비밀번호·앱 조합과 A/S 편의를 택할 것인가입니다. 자기 집 현관문이 모티스인지 걸쇠형인지부터 확인하는 것이 사실 첫 단추입니다.
누구에게 무엇이 맞나
정리하면 이렇게 나뉩니다.
집안이 전부 아이폰이고, 가장 매끄러운 태그 경험을 원한다면 홈 키 우선 조합인 슐라지 인코드 플러스나 예일 어슈어 락 2 플러스가 살기에 정말 쾌적합니다. 다만 분명히 알고 들어가야 합니다. 값이 가장 비싸고, 지문이 없고, 슐라지는 매터도 없습니다. 집안이 모두 애플 생태계이고 프로토콜 수명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식구 구성이 섞여 있다면(여기는 안드로이드, 저기는 폰 없는 아이, 앱은 절대 안 여실 부모님) 지문·키패드·홈 키·로컬 매터를 다 갖춘 조합이 모두를 실제로 커버합니다. 아쿠아라 U100·U300과 울트라락 볼트 핑거프린트 매터가 같은 값이거나 더 싼 값에 그 전부를 줍니다. 이 목록에서 가성비가 가장 좋고, 솔직히 장기적으로 가장 영리한 선택입니다. 매터 오버 스레드는 지금 쓰는 앱이 훗날 방치되더라도 살아남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연결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레버 손잡이와 빠른 지문을 원한다면 U300을, 클래식한 걸쇠형을 선호한다면 U100을, 배터리 수명을 최우선으로 두고 홈 키가 필요 없다면 울트라락을 고르면 됩니다.
세입자이거나 지금 현관문을 그대로 두고 싶다면 아무것도 교체하지 말고 부착형으로 갑니다. 오거스트 4세대나 스위치봇 락 울트라는 이미 달린 걸쇠 안쪽에 물려서, 열쇠와 바깥쪽 마감을 그대로 두고, 이사할 때 떼어 냅니다. 오거스트는 본체에 키패드가 없는 대신 설치가 간편한 애플 친화형이고, 스위치봇은 더 저렴하고 모듈형이라 매터를 얹고 나중에 지문 키패드를 붙일 수 있습니다.
여기서 하나만 기억하면 됩니다. 걸쇠는 소모품이고, 인증 방식이 제품이며, 생태계는 10년짜리 계약입니다. 이 셋만 맞추면 이 목록의 어떤 도어락도 좋은 도어락입니다. 반대로 이 셋을 틀리면,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걸쇠도 그저 비싸게 문 앞에 갇히는 방법일 뿐입니다.
각자의 현관문이 어느 쪽에 더 가까운지 돌아보면 선택이 자연스럽게 좁혀집니다.
원문 출처 / Source: https://us.aqara.com/products/smart-lock-u300
이미지: Sebastian Scholz (Nuki)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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