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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식 키보드를 처음 사려고 검색하면 대부분 여기서 막힙니다. 리뷰 몇 개를 읽다가 “체리 청축이 소리가 좋다더라” 하고 덜컥 샀는데, 막상 같이 사는 사람이 시끄럽다고 항의합니다. 아니면 사진에서 예뻐 보인 60% 키보드를 골랐다가 방향키가 없어서 당황합니다.

기계식 키보드 고르기는 사실 어렵지 않습니다. 다만 작은 선택이 여러 개 겹쳐 있어서, 각 선택이 무엇을 바꾸는지 모르면 진입 장벽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그 선택들을 하나씩 풀어 보겠습니다. 다 읽고 나면 스펙 표만 봐도 이 키보드가 대충 어떤 느낌일지 감이 잡히도록 정리했습니다.

처음 사는 사람에게 진짜 중요한 결정은 다섯 가지입니다. 스위치, 배열(크기), 키캡, 연결 방식, 그리고 구조입니다. 나머지는 취향의 영역입니다.

### 스위치가 키보드의 성격을 결정합니다

스위치는 각 키 아래에 들어가는 스프링 달린 작은 부품입니다. 키보드의 손맛과 소음을 결정하고, 크게 세 계열로 나뉩니다. 여기서 색깔 이름에 겁먹을 필요는 없습니다. 색은 제조사가 붙인 동작 방식의 별명일 뿐입니다.

리니어(linear) 는 눌렀을 때 걸림 없이 매끄럽게 쭉 내려갑니다. 대표가 체리 MX 적축이고, 약 45g의 힘에서 입력이 인식됩니다. 중간에 걸리는 감각이 없어 가볍고 빠르기 때문에 게이머가 선호합니다. 다만 걸림감이 없다 보니 긴 글을 칠 때 오타가 늘 수 있습니다.

택타일(tactile) 은 중간쯤에 살짝 걸리는 감각이 있어서, 키가 입력되는 순간이 손끝에 느껴집니다. 대표가 체리 MX 갈축이고, 약 45g에서 입력이 인식되고, 택타일 걸림 지점의 최고 힘은 약 55g입니다. 하루 종일 타이핑하면서 게임도 조금 하는 사람에게 무난한 중간 선택입니다. 소리는 크지 않으면서 피드백은 있습니다. 뭘 골라야 할지 전혀 모르겠다면 택타일이 정답에 가깝습니다.

클리키(clicky) 는 걸림감에 더해 딸깍 하는 소리까지 납니다. 체리 MX 청축이 대표적이고, 약 50g에서 입력이 인식되고, 딸깍이는 클릭 지점의 최고 힘은 약 60g입니다. 이 소리가 은근히 중독성 있습니다. 그런데 동시에, 기계식 키보드가 “시끄럽다”는 인상을 갖게 된 원인이기도 합니다. 혼자 쓰는 집이라면 좋지만, 사무실이나 화상 회의에서는 민폐가 됩니다.

세 스위치의 입력 인식 힘은 대략 45~50g으로 비슷하고, 택타일·클리키는 걸림이나 클릭을 넘길 때 조금 더(최고 약 55~60g) 힘이 듭니다. 그래서 입문자에게는 “무겁다 가볍다”보다 매끄러운 느낌, 걸림감, 딸깍거림 중 무엇을 원하는지가 훨씬 중요합니다. 손맛부터 정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 핫스왑이 판을 바꿔 놓았습니다

MX 규격은 체리가 처음 만들었지만 특허가 오래전에 풀렸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게이트론(Gateron), 카일(Kailh) 같은 회사들도 같은 십자 모양 축의 스위치를 만듭니다. 실사용자 입장에서는 반가운 일입니다. 요즘 스위치와 키캡 대부분이 이 “MX 호환” 규격이라, 서로 자유롭게 섞어 끼울 수 있습니다.

더 중요한 것이 핫스왑(hot-swap) 입니다. 핫스왑 키보드는 기판에 스위치를 꽂는 소켓이 달려 있어서, 인두기 없이 스위치를 그냥 뽑고 다시 끼울 수 있습니다. 적축이 좋을지 갈축이 좋을지 아직 확신이 없다면, 핫스왑 키보드를 사 두면 나중에 스위치 한 봉지 값으로 손맛을 바꿀 수 있고, 키보드를 통째로 다시 구입하지 않아도 됩니다. 첫 구매라면 핫스왑은 사실상 필수 조건으로 봐도 됩니다.

### 배열은 “무엇을 포기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배열은 결국 어떤 키를 남기고 어떤 키를 빼느냐입니다. 큰 것부터 보겠습니다.

  • 풀사이즈(104키) 는 숫자패드까지 전부 있습니다. 하루 종일 표에 숫자를 입력한다면 이쪽입니다.
  • TKL / 텐키리스(87키) 는 숫자패드만 뺍니다. 기능열, 방향키, 편집키 묶음은 그대로입니다. “책상은 넓히고 싶은데 아쉬운 건 없었으면” 하는 사람에게 가장 인기 있는 크기입니다.
  • 75%(약 84키) 는 TKL만큼의 키를 더 촘촘히 밀어 넣습니다. 기능열과 방향키가 다 있되, 키 사이 간격이 거의 없이 붙어 있습니다.
  • 65%(약 68키) 는 기능열을 빼는 대신 방향키는 남깁니다. 편집키도 두어 개 붙어 있습니다. 작지만 방향키를 잃지 않는 것이 장점입니다.
  • 60%(약 61키) 는 문자, 숫자, 조합키만 남깁니다. 기능열도 방향키도 없습니다. 빠진 키는 Fn 키를 누른 채 조합해서 씁니다.

솔직히 말하면 60%는 사진에서 정말 멋지지만, 방향키를 찾다가 없어서 당황하는 입문자가 많습니다. 잘 모르겠다면 65%나 TKL 이 가장 안전한 지점입니다. 크기는 줄이면서 중요한 키는 모두 갖출 수 있습니다.

### 키캡은 실제로 손이 닿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볼 것은 두 가지, 재질과 각인 방식입니다.

ABS 는 저렴하고 색을 화사하게 내기 좋지만, 몇 달 쓰면 손가락이 닿는 자리가 번들번들 반들거립니다. PBT 는 밀도가 높고 표면이 살짝 까끌한 질감이라, 오래 써도 그런 광택에 강합니다. 값이 조금 더 나가지만 그만한 값을 합니다.

키에 새겨진 글자, 즉 각인은 두 방식이 좋습니다. 더블샷 은 두 겹의 플라스틱을 겹쳐 성형해서 글자 자체가 키캡의 일부입니다. 물리적으로 지워질 수가 없습니다. 염료승화(dye-sub) 는 염료를 표면에 스며들게 구워 넣는 방식이라 역시 지워지지 않지만, 보통 밝은 바탕에 어두운 글자만 잘 표현됩니다. 둘 다 값싼 레이저 각인보다 낫습니다. 레이저 각인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집니다. 스펙에 “PBT 염료승화”나 “PBT 더블샷”이 적혀 있다면 좋은 신호입니다.

### 연결 방식 — 유선인가, 어떤 무선인가

유선이 가장 단순하고 지연 논쟁이 아예 없습니다. 무선으로 간다면, 종류가 둘이고 서로 성격이 다르다는 점을 알아야 합니다.

2.4GHz 동글 은 USB에 꽂는 작은 수신기로, 제조사 고유의 저지연 방식으로 키보드와 통신합니다. 빠릅니다. 좋은 제품은 폴링레이트 1000Hz로 동작합니다. 초당 1000번, 약 1밀리초 간격으로 상태를 전송한다는 뜻입니다. 게임 기준으로는 사실상 유선과 차이가 없습니다.

블루투스 는 동글 없이 폰, 태블릿, 노트북 여러 기기와 연결해 전환하며 씁니다. 편리합니다. 다만 블루투스는 대개 폴링레이트가 125Hz 정도에서 묶여서, 지연이 체감될 만큼 더 큽니다. 원칙은 단순합니다. 속도가 필요하면 2.4GHz, 여러 기기를 오가야 할 때는 블루투스가 적합합니다. 둘 다 지원하는 키보드도 많고, 그게 가장 이상적입니다.

요즘 8000Hz 폴링레이트를 내세우는 제품들도 있지만, 첫 키보드에서는 대부분 마케팅에 가깝습니다. 프로 게이머들도 실제로는 1000Hz를 표준으로 씁니다. 그 이상은 타이핑에서 차이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 구조 — 마니아들이 파고드는 영역

두 용어는 알아 두면 좋습니다. 스테빌라이저(스태빌라이저) 는 스페이스바, 엔터, 시프트처럼 긴 키 아래에 들어가는 지지 부품입니다. 이게 부실하면 긴 키가 덜그럭거립니다. 저렴한 키보드와 괜찮은 키보드의 체감 차이가 가장 크게 드러나는 지점 중 하나가 바로 스테빌라이저입니다.

개스킷 마운트(gasket mount) 는 요즘 인기 있는 구조입니다. 내부 부품을 케이스에 직접 나사로 고정하지 않고 물렁한 개스킷 위에 얹어, 타이핑할 때 살짝 쿠션감이 있고 소리가 더 낮고 둥글게 납니다. 확실히 더 좋습니다. 다만 “나중에 알게 되는” 요소이지 입문자가 처음부터 쫓아갈 필요는 없습니다.

### 예산대별로 정리하면

지금까지의 선택이 실제 가격대에서 어떻게 묶이는지 표로 정리했습니다. 특정 제품명이 아니라 권장 사양 위주입니다.

입문중급고급
스위치기본 장착 리니어 또는 택타일핫스왑, 원하는 손맛 선택핫스왑, 윤활된 프리미엄 스위치
배열TKL 또는 65%75% 또는 65%자유 선택 — 이제 취향을 압니다
키캡ABS, 더블샷PBT 염료승화PBT, 두꺼운 더블샷
연결유선유선 + 2.4GHz 또는 블루투스2.4GHz + 블루투스 + 유선
구조기본 트레이 마운트괜찮은 스테빌라이저, 개스킷 가능개스킷 마운트, 튜닝된 스테빌라이저
부가기본 백라이트RGB + 키 리매핑 소프트웨어전용 소프트웨어, 매크로, 사운드 튜닝

### 정리하자면

딱 하나만 기억한다면, 핫스왑 키보드에 택타일 스위치, 배열은 65% 또는 TKL을 고르는 것입니다. 이 조합을 선택한 뒤 후회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시끄럽지 않으면서 피드백은 있고, 책상은 넓히면서 키는 숨기지 않고, 스위치 취향이 바뀌어도 키보드를 새로 사지 않아도 됩니다.

개스킷 마운트, 8000Hz 폴링, 희귀 색상의 더블샷 PBT 같은 영역은 마니아의 세계입니다. 일단 빠져들면 꽤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키보드를 쓰려고 반드시 거기까지 갈 필요는 없습니다. 진짜 실수는 “틀린” 키보드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선택이 처음부터 굳어진 키보드를 사는 것입니다. 핫스왑이 바로 그 실수에 대한 보험입니다.

핫스왑 키보드에서 시작해 한 달만 써 보면, 다음에 무엇을 원하는지 스스로 정확히 알게 됩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특정 제품 구매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손맛과 취향은 사람마다 다르므로, 가능하면 직접 눌러 보고 고르는 편을 권장합니다.


원문 출처 / Source: https://www.cherry.de/en-gb/company/news/cherry-blog/article/cherry-mx-switches-at-a-glance

이미지: JL Cabrera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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