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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 레이밴 글래스를 쓴 사람과, 보도블록 위에 지도를 둥둥 띄워 주는 ‘꿈의 AR 안경’. 둘 다 그냥 안경처럼 생겼습니다. 그런데 이 둘은 사실 완전히 다른 제품입니다. 한쪽은 눈앞에 이미지를 띄우는 디스플레이 자체가 없고, 다른 한쪽은 엔지니어 수백 명이 오랫동안 매달려 온 딱 하나의 물리 문제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이 구분 하나가 이야기 전체를 가릅니다. 그래서 여기부터 정리합니다.

### 스마트 글래스와 진짜 AR 글래스는 근본이 다릅니다

메타 레이밴, 삼성의 새 AI 아이웨어처럼 살 수 있는 제품은 사실상 카메라 몇 개, 마이크, 귀를 막지 않는 스피커, 그리고 음성 비서를 일반 안경테에 넣은 물건입니다. 저는 이것을 ‘센서 글래스’라고 부릅니다. 세상을 보고 듣고 대신 말해 줍니다. 다만 눈앞에 이미지를 띄우지는 못합니다. 안에 화면이 없습니다.

이것은 감추고 있는 한계가 아니라 오히려 장점입니다. 화면이 없으니 평범한 안경처럼 생겼고, 한 번 충전으로 하루 가까이 버팁니다. 살 만한 것과 곧 나올 것의 이 간극은 스마트 글래스 비교삼성·메타 글라스 비교에서 구매 관점으로 따로 짚었습니다.

‘진짜 AR 글래스’는 방 안 풍경을 그대로 보면서, 그 위에 밝고 선명한 이미지가 둥둥 떠 있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어려운 이유는 전부 하나로 모입니다. 빛을 눈에 어떻게 넣느냐입니다. 그래픽을 그리는 것은 이미 해결된 문제입니다. 병목은 광학입니다. 관자놀이 근처 작은 디스플레이에서 나온 빛을, 안경을 벽돌로 만들지 않고, 이미지를 못 볼 만큼 어둡게 하지 않고, 자동차 할부금보다 비싸지 않게 눈동자로 밀어 넣는 일이 어렵습니다.

이 과정을 담당하는 핵심 기술은 크게 셋입니다.

### 버드배스 — 현재 판매되는 제품들의 방식

버드배스(birdbath)는 XREAL, VITURE, Rokid처럼 현재 판매되는 제품 대부분이 쓰는 방식입니다. 이름에 겁먹을 필요 없습니다. 작은 디스플레이 패널(주로 마이크로 OLED)에서 나온 빛이, 새 물그릇(birdbath)처럼 오목하게 반쯤 거울로 만든 면에 반사되면서 이미지를 확대해 눈으로 보내는 구조입니다.

장점은 광효율입니다. 패널이 낸 빛의 상당량, 대략 10~15%가 실제로 눈에 도달합니다. 이 수치가 형편없어 보일 수 있는데, 뒤에 나올 대안을 보면 생각이 달라집니다. 화질도 좋고 색도 깨끗하고 값도 쌉니다.

문제는 부피입니다. 오목 거울은 앞뒤로 공간이 필요합니다. 눈앞에 광학계가 25mm 정도 쌓입니다. 그래서 버드배스 제품은 하나같이 두툼한 바이저처럼 생겼습니다. 안경이라기보다 눈에 쓰는 디스플레이 박스에 가깝습니다.

### 웨이브가이드 — 모두가 원하지만 자꾸 놓치는 것

웨이브가이드(waveguide)는 사실 다들 원하는 방식이고, 그래서 꿈이 자꾸 미뤄지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웨이브가이드는 두께 1~2mm짜리 얇고 평평한 유리·플라스틱 판입니다. 겉보기엔 그냥 렌즈입니다. 패널에서 나온 빛을 판 한쪽 끝으로 집어넣으면, 판 안에서 전반사로 튕겨 다니다가, 표면에 새긴 미세한 격자(grating)를 통해 눈 쪽으로 빠져나옵니다. 얇고 우아하고 진짜 안경처럼 생겼습니다. 홀로렌즈2와 매직리프2가 이 방식입니다.

여기서 잔인한 대목이 있습니다. 값싸고 대량 생산이 되는 ‘회절형(diffractive)’ 웨이브가이드는 광효율이 처참합니다. 패널 밝기의 한 자릿수 퍼센트, 대개 1~5%만 눈에 도달합니다. 최악의 설계에서는 1% 아래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패널과 눈동자 사이에서 빛의 대부분이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게다가 회절 격자는 색을 고르지 않게 흩뿌려서, 무지개빛 아티팩트가 생기고 남이 보면 렌즈에서 빛이 어른거립니다. 시야각(FOV)도 좁습니다. 소비자용 웨이브가이드는 대체로 20~50도 수준입니다. 버드배스가 대략 38~58도, 사람 눈이 대략 200도인 것과 비교하면 한참 좁습니다.

효율과 색이 더 나은 ‘반사형(reflective, 기하광학형)’ 웨이브가이드도 있습니다. 메타의 레이밴 디스플레이가 이 방식으로, 루머스(Lumus) 반사 웨이브가이드에 LCOS 광원을 짝지었습니다. 다만 만들기 더 어렵고 더 비쌉니다. 무엇을 택하든 대가가 따릅니다.

세 방식의 차이를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방식대표 제품두께(광학 깊이)눈 도달 광효율시야각(FOV)화질·색가격대광원
버드배스XREAL One Pro, VITURE, Rokid두꺼움(약 25mm)높음(약 10~15%)약 38~58도좋음, 색 깨끗저렴(약 15만~90만원대)마이크로 OLED
회절 웨이브가이드홀로렌즈2, 매직리프2얇음(약 1~2mm)매우 낮음(약 1~5%)약 20~50도(기업용 매직리프2는 70도)무지개빛 아티팩트비쌈LBS(레이저 스캐닝)·LCOS 등
반사 웨이브가이드메타 레이밴 디스플레이얇음(약 1~2mm)회절형보다 높음좁음(단안 HUD)색 균일성 나음가장 비쌈LCOS

수치는 방식별 대표 범위입니다. 같은 방식이라도 제품마다 편차가 있습니다.

### 마이크로LED — 왜 성배로 불리나

마이크로LED(microLED)는 웨이브가이드의 이 약점을 정면으로 겨냥합니다. 광학계가 빛의 99.9%를 버린다면, 쓸 만한 이미지를 남기는 유일한 방법은 말도 안 되게 밝게 출발하는 것입니다. 마이크로 OLED로는 거기까지 못 갑니다. 마이크로LED는 갑니다. 마이크로 OLED보다 수백 배에서 천 배 넘게 밝습니다.

Jade Bird Display는 빨강 마이크로LED에서 100만 니트를 넘겼고, Kopin은 연구용 방산 샘플에서 280만 니트를 넘겼습니다. 오타가 아닙니다. 어차피 대부분을 버릴 계획이니 패널은 이렇게 미친 수치로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직사광선 아래서도 이미지가 살아남는 눈앞 1,300~1,500니트가 남습니다. 현재 출시된 웨이브가이드 글래스는 눈에 300~500니트 정도만 보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내에서는 괜찮지만 햇빛 아래서는 씻겨 나갑니다.

그래서 마이크로LED + 웨이브가이드 조합에 업계 전체가 베팅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밝은 광원과 충분히 얇은 결합기, 진짜 안경처럼 생긴 폼팩터를 동시에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삼성·구글·메타·애플이 여기에 돈을 쏟는 이유입니다.

다만 마이크로LED에도 아직 안 풀린 숙제가 있습니다. 색입니다. 빨강 마이크로LED가 업계의 고질적 약점입니다. 빨강·초록·파랑 마이크로LED를 픽셀 크기에서 밝기·색·균일성까지 맞추는 일은 정말 어렵고, 업계에서는 완전한 컬러 대등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회사가 거실 위에 풀컬러 세계를 그리는 매끈한 컨셉 영상을 보여 준다면, 솔직하게 해석하면 데모는 진짜이지만 살 수 있는 물건은 아직 없다는 뜻입니다.

### 불가능의 사각형

이 구도를 한 번 파악하고 나면 이 분야 전체가 하나의 상충 관계(트레이드오프)로 정리됩니다. 저는 이것을 불가능의 사각형이라고 부릅니다. 이 네 가지는 밝기, 얇기, 시야각, 가격입니다. 그중 셋만 가질 수 있습니다.

버드배스는 밝고 선명하고 쌉니다. 대신 두툼한 바이저를 안깁니다. 회절 웨이브가이드는 얇고 비교적 저렴합니다. 대신 밝기와 시야각을 가져갑니다. 반사 웨이브가이드는 밝기와 색을 되찾습니다. 대신 가격을 가져갑니다. 네 꼭짓점을 동시에 잡은 곳은 아직 없습니다. 소프트웨어나 칩이 아니라 바로 이것이, ‘평범한 안경을 쓰면 눈앞에 지도가 뜨는’ 제품이 하루 종일 밖에서 쓸 물건으로 아직 안 나온 진짜 이유입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글래스 업계의 여러 움직임도 다르게 읽힙니다. 메타와 삼성이 디스플레이 없는 아이웨어를 내고 음성과 카메라에 기대는 것은 AR에 못 미친 것이 아닙니다. 광학의 벽을 아예 영리하게 비켜간 것입니다. 센서 글래스가 훌륭할 수 있는 것은, 빛을 눈에 넣는 싸움을 거부했기 때문입니다. 삼성의 첫 AI 글래스가 AR이 아니라 ‘AI 오디오 글래스’에 가까운 이유도 결국 같은 광학의 벽 때문입니다. 물리적으로 가능하고 쓸모 있는 것을 먼저 내고 어려운 물리는 연구실에 두는 것이, 하드웨어 전반에서 반복해 보이는 태도입니다.

제 생각은 이렇습니다. 정작 지켜볼 지표는 스펙표의 시야각이나 해상도가 아닙니다. 햇빛 아래 눈에 도달하는 니트, 그리고 풀컬러 마이크로LED 수율입니다. 이 둘이 나머지를 다 결정합니다. 패널 업체가 밝고 균일한 풀컬러 마이크로LED를 양산하고, 그것을 빛의 대부분을 버리지 않는 웨이브가이드와 짝지을 수 있을 때, 불가능의 사각형은 비로소 풀리는 사각형이 됩니다. 그 전까지 둥둥 뜨는 홀로그램 컨셉 영상은 출시일이 아니라 의지의 표명으로 보는 편이 맞습니다. 어려운 것은 그래픽이 아니었습니다. 빛이었습니다.


원문 출처 / Source: https://www.arcompare.com/guides/birdbath-vs-waveguide/ , https://kguttag.com/2023/03/12/microleds-with-waveguides-ces-ar-vr-mr-2023-pt-7/ , https://www.displaymodule.com/blogs/knowledge/micro-oled-brightness-at-the-eye-panel-nits-optical-loss-and-waveguide-efficiency

이미지: Matthew Fassnacht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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