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손끝에 집게처럼 끼우는 맥박 산소측정기는 코로나 시기에 많은 가정에서 하나씩 장만한 기기입니다. 그런데 이 기기에는 오래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피부색이 어두울수록 산소포화도를 부정확하게, 그것도 실제보다 높게 읽는 경향이 있다는 점입니다.
한 번의 오차는 크지 않습니다. 그런데 방향이 늘 같다는 게 위험합니다. 실제로는 산소가 떨어지고 있는데 화면에는 멀쩡해 보이니, 위험한 순간을 놓치게 됩니다. 코로나 시기에 이 문제가 실제 사망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 있었고, 미국 FDA도 이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러프버러대학교 연구팀이 이 오래된 편향의 뿌리를 겨눈 연구를 내놓았습니다.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2025년 12월 실린 논문입니다. 접근이 흥미롭습니다. 기존 센서에 보정 알고리즘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센서 자체를 새로 만든 것입니다.
### 왜 어두운 피부에서 틀리는가
먼저 이 문제가 왜 생기는지부터 짚어 보겠습니다.
보통의 맥박 산소측정기는 빨강과 적외선, 두 가지 빛을 조직에 통과시킵니다. 산소가 실린 피와 산소가 빠진 피가 이 두 빛을 다르게 흡수하기 때문에, 그 비율로 산소포화도(SpO2)를 계산합니다.
문제는 피부를 어둡게 만드는 색소인 멜라닌도 빛을 흡수한다는 데 있습니다. 특히 빨간빛 대역에서 그렇습니다. 어두운 피부에서는 기기가 의존하는 빨간빛 신호가 정보를 싣기도 전에 상당 부분 흡수됩니다. 두꺼운 벽 너머로 작은 소리를 들으려는 상황과 비슷합니다.
그동안은 이 색소 흡수 하나가 원인이고, 계산으로 보정하면 된다고 봤습니다. 러프버러 연구팀의 주장은 조금 다릅니다. 조직 속 빛의 움직임은 그보다 복잡하고, 해결은 하드웨어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파장을 넷으로 늘린 손목 센서
연구팀이 만든 기기는 다파장 광전자 센서(mSOS)입니다. 러프버러대학교와 카레라이트(Carelight)사가 함께 개발했고, 제1저자는 시중 후(Sijung Hu)입니다. 보통 두 개의 파장을 쓰는 것과 달리 네 개를 씁니다. 515, 601, 631, 940나노미터입니다.
이 배치는 의도된 것입니다. 940나노미터 적외선 대역은 산소가 실린 헤모글로빈을 잡는 데 쓰이지만, 핵심 혁신은 601에서 631나노미터 사이 빨강 대역입니다. 어두운 피부에서 신호가 죽어 버리는 산소 빠진 헤모글로빈을 바로 여기서 겨냥합니다. 형태도 손끝 집게가 아니라 손목 뒤쪽에 붙이는 방식입니다.
이제 연구팀이 실제로 무엇을 증명했는지, 그리고 어디까지가 한계인지 짚겠습니다.
연구팀은 승인된 저산소 프로토콜로 12명을 대상으로 실험했습니다. 피부색은 몽크 스킨 톤 척도와 개별 색조각(ITA)이라는 객관적 색 측정 기준으로 세 그룹으로 나눴습니다. FDA가 이 분야에 권고하는 방식입니다. 이 중 여섯 명이 가장 어두운 그룹이었습니다. 이 점이 중요합니다. 기존 연구들이 정작 기기가 실패하는 어두운 피부 피험자를 적게 넣었다는 비판을 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피험자들의 산소포화도를 100%에서 70%까지 통제된 범위로 낮추며 측정했습니다. 결과는, 센서가 세 피부색 그룹 모두에서 동등한 품질로 맥박 혈류 신호를 잡아냈다는 것입니다. 네 파장 전부, 산소포화도를 낮춘 전 구간에서 그랬습니다. 신호 대 잡음비도 피부색과 무관하게 좁은 범위(대략 19에서 25)에 머물렀습니다. 쉽게 말해, 신호 품질 측면에서는 어두운 피부에서도 밝은 피부만큼 깨끗하게 심박 신호가 잡혔다는 뜻입니다.
### 증명된 범위와 한계
이 대목은 분명히 짚어 두어야 합니다. 이 연구가 보여 준 것은 신호 품질이 피부색과 무관하게 유지된다는 사실입니다. 정확하고 보정된 SpO2 수치를 내놓는다는 것까지는 아직 증명하지 않았습니다.
이 둘은 다른 단계입니다. 깨끗한 파형을 얻는 것은 재료를 확보한 것이고, 그 파형을 신뢰할 수 있는 산소 퍼센트로 바꾸려면 동맥혈에서 직접 뽑은 SaO2라는 기준값과 대조해 더 많은 사람에게서 보정해야 합니다. 연구팀도 그것이 다음 연구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니 이건 지금 사서 쓸 수 있는 완성된 의료기기가 아닙니다. 연구용 시제품입니다. 다만 가장 먼저 넘어야 할 관문 하나는 통과했습니다. 어쩌면 가장 어려운 단계입니다. 계산을 돌리기 전에, 밑바닥 광학 신호부터 피부색에 편향되지 않게 만든 것입니다.
### 알고리즘이 아니라 광학
이 주제를 한동안 지켜보면서, 이번 논문이 몇 가지 흐름을 하나로 묶어 줍니다.
앞서 스마트워치 건강 센서가 실제로 무엇을 재는지 다뤘을 때, 반복해서 붙던 단서가 있었습니다. 손목에서 심박이나 산소를 읽는 모든 기능은 결국 피부에 빛을 통과시켜 아래를 추측하는 방식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피부를 통과하는 빛은 지저분합니다. 움직임, 문신, 그리고 색소가 모두 신호를 흐립니다. 맥박 산소측정기의 피부색 문제는 결국 손목 시계 SpO2가 흔들리는 것과 같은 물리 현상입니다. 다만 이쪽은 생사가 걸린 임상 현장에서 벌어집니다.
얼마 전 다룬 OMEGA 태아 산소 프로젝트와도 통합니다. 산모 배를 통해 태아의 산소를 읽으려는 시도였습니다. 두 시도의 공통점을 보면, 돌파구가 인공지능이 아니라 광학이라는 점입니다. OMEGA가 유럽의 포토닉스 연구소 두 곳을 끌어들인 것도, 복잡한 조직에서 깨끗한 빛 신호를 뽑아내는 게 가장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러프버러 연구팀도 같은 방향을 택했습니다. 이미 손상된 신호에 보정 알고리즘을 얹는 대신, 센서와 파장부터 고치는 것입니다.
조용하지만 중요한 입장입니다. 헬스테크에서 흔한 “인공지능이 편향을 고친다”는 논리는 원본 데이터는 멀쩡하고 모델만 손보면 된다고 가정합니다. 이 연구는 반대로 말합니다. 센서가 애초에 어두운 피부에서 좋은 신호를 못 잡았다면, 뒤에서 어떤 알고리즘을 돌려도 완전히 되살릴 수 없습니다.
제가 주목하는 단어는 형평성입니다. 특정 집단에서 눈에 띄게 더 나쁘게 작동하는 의료기기는 단순한 기술 결함이 아니라, 위험이 한쪽으로 쏠리는 문제입니다. FDA가 최근 피부색 하위그룹 보고를 의무화하도록 제안하는 초안 가이던스를 낸 것도, 규제가 그 인식을 이제서야 반영하기 시작한 흐름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눈에 띈 것은 화려한 수치가 아니라 설계였습니다. 12명 중 여섯을 가장 어두운 피부 그룹에서 모집하고, 거친 인종 분류 대신 객관적 색 척도를 쓰고, SaO2 보정 전에는 승리를 선언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점입니다.
손목 센싱이 어디로 갈지 생각해 봅니다. 제 생각에 웨어러블의 다음 도약은 마케팅 표에 지표 하나를 더 얹는 일이 아닙니다. 이미 있는 지표가 마침내 모두에게 제대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모든 피부색에서 동등하게 신뢰할 수 있는 산소 수치 하나가, 새로운 “인공지능 건강 인사이트” 열 개보다 가치 있습니다. 실제로 믿고 행동할 수 있는 수치와, 특정 사람들에게는 조용히 오작동하는 수치의 차이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연구는 시제품 하나, 피험자 열두 명 규모입니다. 임상까지는 아직 먼 길입니다. 그래도 겨누는 과녁만큼은 정확한 곳을 향해 있습니다.
※ 이 글은 정보 제공 목적이며 의료 조언이 아닙니다. 질병의 진단·치료나 전문가 상담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본문에서 다룬 기기는 연구용 시제품으로, 아직 임상용으로 승인되지 않았습니다.
원문 출처 / Source: https://www.nature.com/articles/s41598-025-31116-9
이미지: Mufid Majnun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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