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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최근 특이한 발표를 했습니다. 양자 컴퓨터(퀀텀 컴퓨팅) 회사 9곳에 다 합쳐서 약 20억 달러, 우리 돈으로 2조 7천억 원 넘게 투입하겠다는 결정입니다.

그런데 진짜 눈여겨볼 부분은 금액이 아닙니다. 돈을 그냥 주는 것이 아니라, 그 대가로 정부가 회사 지분을 받아간다는 점입니다. 보조금이 아니라, 정부가 주주가 되겠다는 뜻입니다.

무슨 일이 있었나

5월 21일, 미국 상무부가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총 20.13억 달러를 9개 회사에 나눠 줍니다. 돈의 출처는 2022년에 만든 ‘CHIPS법’입니다. 원래는 반도체 공장 짓는 데 쓰던 법인데, 이번에 양자 컴퓨팅 쪽으로 방향을 튼 것입니다.

가장 큰 몫은 IBM이 가져갑니다. 무려 10억 달러. IBM은 이 돈으로 ‘앤더론(Anderon)’이라는 새 자회사를 만들 예정입니다. 뉴욕주 알바니에 본사를 두고, 미국 최초의 양자 전용 ‘파운드리’를 짓겠다는 것입니다.

파운드리가 무엇이냐면, 반도체 업계에서 칩을 실제로 찍어내는 공장을 말합니다. 앤더론은 양자 컴퓨터에 들어가는 ‘초전도 웨이퍼’를 대량 생산하는 게 목표입니다. 쉽게 말하면, 양자 칩의 원자재 공장입니다.

두 번째로 큰 3.75억 달러는 글로벌파운드리스가 받습니다. 여기도 파운드리인데, 한 가지 방식만 고집하지 않고 초전도, 이온트랩, 광자, 토폴로지, 실리콘 스핀까지 여러 방식을 다 만들 수 있게 짓는다고 합니다.

나머지 6억 달러쯤은 양자 컴퓨터 회사 7곳이 나눠 가집니다. 대부분 1억 달러씩입니다. D-Wave, 리게티, 퀀티넘, 인플렉션, PsiQuantum, 아톰 컴퓨팅. 그리고 호주 스타트업 디락(Diraq)은 최대 3,800만 달러를 받습니다.

왜 한 곳에 몰아주지 않았을까

여기서 미국 정부의 속내가 보입니다. 현재로서는 어느 큐비트 방식이 최종 승자가 될지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큐비트(양자 컴퓨터의 기본 단위)를 만드는 방법이 여러 갈래입니다. 초전도 방식, 이온을 가둬서 쓰는 방식, 중성 원자를 쓰는 방식, 빛을 쓰는 방식… 다 장단점이 있고, 아직 과학적으로 결판이 안 났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한 곳에 다 거는 대신, 여러 방식에 골고루 분산 투자한 것입니다. 상무부 관계자도 “이 기술은 결실까지 몇 년 걸릴 수 있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우승자를 미리 정하지 않고, 판 전체에 분산 투자한 셈입니다.

시장 반응

발표 직후 주가가 들썩였습니다. 상장된 양자 관련 종목 중 일부는 장 시작 전 거래에서 7%에서 21%까지 뛰었습니다. 글로벌파운드리스는 9%쯤 올랐습니다.

그런데 모두 오른 것은 아닙니다. 인플렉션은 오히려 16% 가까이 빠졌다고 합니다. 1억 달러를 받는데 왜 떨어졌을까요. 정부가 지분을 가져간다는 것은 기존 주주 입장에서는 지분이 희석된다는 뜻입니다. 돈이 들어와도 무조건 호재는 아닙니다.

이건 양자보다 ‘정부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이번 발표에서 진짜 새로운 건 양자 컴퓨터가 아닙니다. 미국 정부가 산업을 키우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입니다.

생각해보면 이게 처음이 아닙니다. 미국 정부는 이미 인텔, 그리고 희토류 회사 MP머티리얼스 지분도 챙겼습니다. 양자 컴퓨팅이 세 번째입니다. ‘돈 줄 테니 지분 내놔라’ — 이게 이제 일회성 실험이 아니라 하나의 패턴이 된 것입니다.

앞서 이 블로그에서 OpenAI의 대규모 AI 인프라 확장이나 삼성-엔비디아 ‘AI 메가팩토리’를 다룬 적이 있습니다. 그 공통점은 최첨단 컴퓨팅이 너무 돈이 많이 들어 민간 시장만으로는 감당이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양자는 그 문제의 더 이른 버전입니다. 공장 짓는 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고, 수익은 몇 년 뒤이며, 과학이 어디로 튈지도 모릅니다. 민간 자본이 회피하는 조건입니다. 그래서 정부가 들어온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엔 그냥 보조금이 아니라 주주가 되겠다는 게 포인트입니다. 2022년 CHIPS법은 돈을 ‘줬’습니다. 2026년 버전은 ‘투자’를 합니다. 양자 컴퓨터가 대박 나면 그 수익을 국민이 나눠 갖겠다는 논리입니다.

또 하나 연결되는 흐름이 있습니다. 앞서 다룬 ‘양자 안전 데이터 전송’ 실증 기사가 그것입니다. 그것은 방어였습니다. 양자 컴퓨터가 지금의 암호를 깨는 날에 대비해 안 깨지는 암호를 만드는 작업입니다. 이번 건은 같은 동전의 반대 면, 즉 공격입니다. 그 무서운 컴퓨터를 직접 만들겠다는 결정입니다. 한쪽으로는 암호를 단단히 하고, 다른 쪽으로는 그 암호를 깰 기계에 투자합니다. 모순처럼 보이지만, 어차피 올 미래라면 양쪽 모두 대비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짧은 마무리

한 가지만 짚고 가겠습니다. 이번 발표는 아직 ‘의향서(letter of intent)’입니다. 돈이 실제로 송금된 것이 아니라 이행 약속에 불과합니다. CHIPS법 자금은 집행 속도가 느리기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계약 성사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양자 컴퓨터가 지금 당장 슈퍼컴퓨터를 이기는 것은 아닙니다. 아직은 큐비트 수십~수백 개짜리 실험실 기계 수준입니다. ‘실용 규모, 오류 없는’ 양자 컴퓨터는 도착지일 뿐, 아직 현주소가 아닙니다. 이번 자금은 그 길을 좀 더 빨리 가보겠다는 시도입니다.

정부가 전략 산업의 주주가 되는 방식이 올바른 방향인지는 지켜볼 문제입니다.

한 줄 요약 — 미국 정부가 CHIPS법 자금 20억 달러를 양자 컴퓨터 회사 9곳에 투자하고, 그 대가로 지분을 받아갑니다. IBM이 10억 달러로 최대 수혜자. 핵심은 ‘양자’보다 정부가 보조금 대신 주주가 되는 방식이 인텔·희토류에 이어 패턴으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문 출처 / Source: https://www.nist.gov/news-events/news/2026/05/department-commerce-announces-letters-intent-9-companies-2-billion

이미지: Ilya Pavlov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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