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사이클을 만드는 그 가와사키가 맞습니다. 그 회사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로봇 센터를 짓는다는 소식입니다.
니혼게이자이(닛케이)가 처음 보도했고, 이 뉴스가 나오자 가와사키중공업 주가가 장중 한때 12% 가까이 뛰었다고 합니다. 헤드라인을 크게 장식한 뉴스는 아니지만, 꽤 중요한 신호라고 봅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가와사키중공업이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공동 개발 센터를 엽니다. 이 센터는 산업용 로봇을 들여놓고 미국 기업들을 상대로 실제 시연을 하는 공간이고, 동시에 AI 인재를 뽑는 채용 거점 역할도 합니다. 이 두 번째 측면이 예상보다 중요합니다. 현재 로보틱스에서 가장 부족한 자원은 자본이 아니라 로봇을 고도화할 인력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센터에는 엔비디아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가와사키는 아날로그디바이스(반도체·센싱), 마이크로소프트(클라우드·기업용 소프트웨어), 후지쯔(시스템 통합)까지 한데 모았습니다. 칩, 클라우드, 통합, 그리고 엔비디아의 AI까지 건물 하나 안에 공급망을 통째로 갖춘 셈입니다.
처음 집중할 분야는 의료와 모빌리티 로봇입니다.
의료 쪽은 의사·간호사 옆에서 물건 나르고 반복 작업 거드는 로봇 도우미를 생각하면 됩니다. 모빌리티 쪽 간판 제품은 ‘코를레오(Corleo)’라고 하는 낯선 이름일 수 있습니다. 간단히 말해 사람이 올라타는 네 발 로봇입니다. 로봇 동물에 가깝습니다. 가와사키가 이미 콘셉트를 공개한 상태이고 아직 개발 중인 단계입니다.
진짜 핵심은 ‘시뮬레이션’입니다
여기서 자세히 설명하겠습니다. 가와사키가 엔비디아에서 빌리는 핵심 기술은 ‘옴니버스’와 ‘아이작(Isaac)’이라는 시뮬레이션 도구입니다. 이것이 요즘 업계에서 주목하는 ‘Physical AI’의 핵심입니다.
로봇을 현실에서 직접 훈련시키면 느리고, 비싸고, 가끔 부서집니다. 한 번 넘어질 때마다 돈과 시간이 날아갑니다. 그래서 택한 방식이 이렇습니다. 로봇과 주변 환경을 물리법칙까지 똑같은 가상 공간(디지털 트윈)으로 복제해놓고, 거기서 밤새 수천 번 연습을 시킵니다. 그렇게 가상에서 배운 것을 진짜 로봇에 옮기는 것입니다. 가상 훈련 후 현실 투입, 이 반복 구조가 엔비디아가 파는 물건이고 가와사키가 사는 물건입니다.
참고로 이 둘이 처음 만난 사이도 아닙니다. 이미 철도 점검에 AI를 쓰는 프로젝트를 함께 했었기 때문입니다. 즉 이번 산호세 센터는 갑자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단발성 협력에서 거점을 공유하는 파트너십으로 발전한 것입니다.
여기서 짚을 점
로보틱스 흐름을 계속 따라왔다면, 이번 소식은 새로운 뉴스라기보다 퍼즐 한 조각이 딱 맞아 들어가는 그림에 가깝습니다.
최근 흐름만 돌아봐도 테슬라가 3세대 ‘옵티머스’ 휴머노이드를 예고했고, CMU가 1억 달러짜리 로보틱스 센터를 열었고, 알파벳이 인트린식을 구글로 합치면서 ‘로봇계의 안드로이드’를 만들겠다고 했고, 피지컬 인텔리전스가 범용 작업 로봇을 선보였습니다. 다 따로따로 떨어진 점들이었습니다. 가와사키-엔비디아 건은 그 점들을 잇는 선입니다. 그리고 그 선의 이름이 바로 Physical AI입니다.
엔비디아가 계속 하는 말이 있습니다. “모든 산업 기업이 로봇 기업이 될 것”이라는 발언입니다. 처음 들으면 CEO 특유의 허세 같습니다. 그런데 가와사키를 보면 다릅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이 유행 좇는 것이 아니라, 배와 기차를 만드는 130년 된 중공업 회사가 AI 인재 뽑겠다고 산호세에 사무실을 여는 것입니다. 이쯤 되면 그것은 더 이상 유행이 아니라 인프라입니다.
그리고 진짜 흥미로운 부분은 가와사키가 ‘안 하는 것’입니다. 자체 시뮬레이션 엔진을 만들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체 AI 모델을 처음부터 학습시키지도 않습니다. 그것을 다 엔비디아에서 빌립니다. 이 구도가 어디서 본 것인지 짐작이 갑니다. 앞서 다룬 삼성-엔비디아 ‘AI 메가팩토리’와 똑같은 그림입니다. 하드웨어에 강한 대형 제조사가 엔비디아 소프트웨어 체계에 연결되는 구도입니다. 이제 패턴이라 부를 만큼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번 로봇 물결에서 엔비디아는 운영체제가 되고 싶어 하고, 나머지는 몸체를 만드는 것입니다. 가와사키는 다리·차체·수십 년의 기계공학을 가져오고, 엔비디아는 두뇌를 — 그리고 거기 딸려오는 장기 소프트웨어 관계를 — 가져갑니다.
다만 한 가지는 짚어둘 필요가 있습니다. 코를레오는 아직 콘셉트입니다. 사람이 올라타는 네 발 로봇은 진짜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사람 무게가 이리저리 쏠리고, 땅은 울퉁불퉁하고, 안전 기준은 거의 완벽해야 합니다. 넘어지면 다치는 것이 예산이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시뮬레이션은 이 문제를 다루기 쉽게 만들어줄 뿐, 해결해 주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이번 발표는 곧 살 수 있는 제품 이야기라기보다 ‘역량을 쌓는 일’ — 센터, 인력, 도구 체계 — 에 가깝습니다.
다만 바로 그래서 중요한 것입니다. 다음 10년 로보틱스의 승자는 화려한 데모 영상을 가진 회사가 아니라, 제품 나오기 2년 전에 조용히 센터 짓고 사람 뽑고 시뮬레이션 파이프라인을 깔아둔 회사일 것입니다. 산호세에 그런 곳이 하나 더 생겼습니다. 보도자료보다 주소가 더 말해 줍니다.
한 줄 요약 가와사키중공업이 엔비디아·MS·후지쯔·아날로그디바이스와 함께 산호세에 로봇 개발 센터를 엽니다. 의료·모빌리티 로봇이 첫 타깃이고, 핵심은 엔비디아의 시뮬레이션(Physical AI)을 빌려 쓴다는 점입니다. 중공업 거인이 엔비디아 생태계에 편입되는 패턴이 다시 확인됐습니다.
※ 정보 제공 목적의 글입니다.
원문 출처 / Source: https://asia.nikkei.com/business/technology/artificial-intelligence/kawasaki-heavy-to-partner-with-nvidia-on-physical-ai-open-us-robot-center
이미지: Simon Kadula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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