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쓰는 AI 비서들, 가만 보면 다 여러분이 시킬 때까지 기다리고 있습니다.
채팅창 열고, 질문 타이핑하고, 엔터 치면 그제서야 움직입니다. 철저하게 “반응형”입니다.
그런데 이걸 거꾸로 뒤집겠다는 스타트업이 나왔습니다. 이름은 IrisGo. 지난 5월 20일에 250만 달러 넘는 투자를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투자 라인업이 좀 눈에 띕니다.
앤드류 응(Andrew Ng)의 AI Fund가 리드하고, 거기에 엔비디아와 구글까지 붙었습니다. 총 280만 달러 시드 라운드입니다.
앤드류 응은 지난 몇 년간 “AI에서 진짜 돈 되는 건 모델 자체가 아니라 그 위에 올리는 응용 서비스다”라고 계속 말해온 사람인데, IrisGo가 딱 그런 베팅입니다. 그리고 엔비디아와 구글이 280만 달러짜리 시드에 같이 이름 올리는 건 흔한 일이 아닙니다. 뭔가 구조적으로 끌리는 게 있었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이것이 뭐 하는 물건이냐.
IrisGo는 “데스크톱 에이전트”입니다. 브라우저 탭 안이 아니라, 여러분 컴퓨터 안에 직접 사는 AI입니다.
핵심 콘셉트는 한마디로 “말하지 말고 보여줘” 방식입니다.
여러분이 어떤 작업을 한 번 합니다. 에이전트가 그걸 지켜봅니다. 그러면 단계를 학습합니다. 그 다음부터는 똑같은 작업을 알아서 반복해줍니다. 스크립트를 짤 필요도, API를 연결할 필요도 없습니다.
회사는 이걸 “프로액티브(proactive) 비서”라고 부릅니다. 반복 작업을 알아서 눈치채고 “이거 제가 대신 할까요?” 하고 먼저 나서는 AI라는 것입니다.
창업자 이력이 사실 제일 재밌는 힌트입니다.
제프리 라이(Jeffrey Lai), 애플 출신 엔지니어인데, 중국어판 Siri를 만든 사람입니다.
그리고 회사 이름 “Iris”, 이건 Siri를 거꾸로 쓴 것입니다. 노골적입니다. 일부러 그런 것입니다.
메시지가 분명합니다. “웨이크워드 부르고, 명령 하나 하고, 답변 하나 받는” 옛날 음성 비서 모델은 막다른 길이었다. 다음 세대는 화면을 직접 보고 행동한다. 이런 선언인 것입니다.
작동 방식은 하이브리드 구조입니다.
상당 부분은 기기 안에서(온디바이스) 처리합니다. 요즘 ‘AI PC’에 들어가는 NPU나 GPU를 활용하는 것입니다. 무겁고 복잡한 작업은 클라우드로 보낼 수 있는데, 회사 말로는 사용자가 명시적으로 허락할 때만, 그리고 종단간 암호화를 걸어서 보낸다고 합니다.
이 “온디바이스 우선” 설계가 사실 IrisGo 마케팅의 핵심입니다. 내 화면 전체를 들여다보는 에이전트한테 누구나 던질 질문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그 데이터, 다 어디로 가는데?”
다만 솔직하게 짚을 게 있습니다. 프라이버시 설명이 아직 완벽하진 않습니다. 시드 라운드를 다룬 한 매체는 “정확히 뭐가 로컬에 남고 뭐가 기기 밖으로 나가는지 명확하게 공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송장이나 사내 문서를 다루는 직장인용 도구라면, 이 부분이 데모 영상보다 훨씬 중요합니다.
기능을 좀 보면, 기본 스킬 라이브러리가 들어있습니다. IrisGo 사이트 기준으로 영업·고객지원·재무·인사 등에 걸쳐 20개 넘는 사전 제작 워크플로우가 있고, 이메일 작성, 송장 처리, 보고서 작성, 문서 요약 같은 것들입니다. 코딩 어시스턴트도 같이 들어있습니다.
타깃은 개발자가 아닙니다. 매일 잡무에 시간 까먹지만 자동화 스크립트 짤 생각은 1도 없는 직장인입니다.
출시 상태는 베타입니다. 여기서 정보가 좀 엇갈리는데, 솔직하게 말하겠습니다. 테크크런치는 macOS와 윈도우 베타가 둘 다 나왔다고 보도했는데, IrisGo 공식 사이트는 윈도우는 지금 가능, 맥은 ‘곧 출시’로 표기하고 있습니다. 안전하게 보면 윈도우가 현재 사용 가능한 플랫폼이고 맥은 그 다음입니다. 맥 시점은 미확정으로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에이서(Acer)와 선탑재 계약을 맺었습니다. 새 PC에 IrisGo가 미리 깔려서 나올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가격은 아직 공개 안 됐습니다.
여기서 제 생각을 좀 풀어보겠습니다.
“프로액티브”라는 단어, 솔직히 좀 걸러 들어야 합니다. “내가 필요한 걸 미리 알아서 해주는 소프트웨어” — 이 약속, 우리가 전에도 여러 번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결국 귀찮은 알림 폭탄으로 끝났습니다.
IrisGo에서 진짜 흥미로운 건 그 형용사가 아닙니다. 메커니즘입니다. 시연 한 번으로 워크플로우를 통째로 학습한다는 것, 그것도 OS 레벨에서, API 배관 작업 없이.
지난 2월에 이 블로그에서 앤스로픽이 Vercept를 인수한 걸 다뤘습니다. 그때 “컴퓨터를 직접 쓰는 AI 에이전트” 시대가 왔다고 했습니다. 사람처럼 화면 보고 커서 움직이는 AI입니다. IrisGo도 같은 운동장에 있는데, 푸는 문제가 다릅니다.
앤스로픽은 “뭐든 시킬 수 있는 강력한 범용 모델”에 베팅합니다. IrisGo는 “설정의 번거로움을 아예 없애는 것”에 베팅합니다. 시키지도 않습니다. 보게 두면 됩니다. 비개발자 직장인한테는 바로 그 번거로움이, 데스크톱 자동화가 여태 안 퍼진 진짜 이유였습니다. 기존 기업용 도구(RPA)는 컨설턴트 부르고 스크립트 짜야 했고, 버튼 위치만 바뀌어도 고장 났습니다. “한 번 보여주면 끝”은 그 문제에 대한 진짜 다른 답입니다.
또 하나. 이 블로그에서 온디바이스 AI 흐름을 꾸준히 추적해왔습니다. 구글 Ironwood TPU, 펜실베이니아대의 빛 기반 컴퓨팅… 데이터센터까지 안 갔다 오고 처리하려는 큰 흐름입니다. IrisGo는 그것이 왜 중요한지 보여주는 소비자용 사례입니다. 내 화면을 다 보는 에이전트는, 정확히 클라우드 서버로 스트리밍되면 안 되는 종류의 앱입니다. 온디바이스 우선 설계는 부가 기능이 아니라, 이 제품을 사무실에서 쓸 수 있게 만드는 전제 조건 자체입니다.
마지막으로, 에이서 선탑재 계약. 이것이 조용하지만 진짜 전략적인 수입니다. IrisGo는 280만 달러짜리 시드 스타트업입니다. 구글이나 앤스로픽보다 좋은 모델을 만들 순 없습니다. 대신 노트북 박스 열었을 때 이미 깔려 있는 에이전트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기술 싸움이 아니라 유통 싸움입니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약자가 이런 싸움에서 살아남는 방식은 늘 유통이었습니다. 다들 쓰는 게 꼭 제일 좋은 건 아닙니다. 거기 이미 있던 것입니다.
정리하면, IrisGo는 영리하고 좁은 베팅입니다. 투박한 기업용 RPA와 시킬 때까지 기다리는 챗봇 사이, 그 빈틈을 노린 것입니다.
진지하게 볼 건 “한 번 보여주면 학습” 메커니즘입니다. 일단 무시해도 될 건 “프로액티브” 마케팅 문구입니다. 베타가 증명하기 전까지는 그렇습니다.
지켜볼 포인트는 딱 두 개입니다. 프라이버시 질문에 얼마나 명확하게 답하느냐, 그리고 에이서 다음에 몇 개 제조사가 더 붙느냐. 데모 영상이 아니라 이 두 개가 IrisGo의 진짜 운명을 말해줄 것입니다.
한 줄 요약
- IrisGo, 앤드류 응 AI Fund 주도 + 엔비디아·구글 참여로 280만 달러 시드 투자 유치 (5/20)
- 데스크톱 에이전트. 작업을 한 번 시연하면 학습해서 알아서 반복 — 스크립트·API 불필요
- 창업자는 중국어판 Siri 만든 애플 출신 엔지니어. 회사명 ‘Iris’는 Siri를 거꾸로 쓴 것
- 온디바이스 우선 하이브리드 구조, 윈도우 베타 (맥은 ‘곧’), 에이서 선탑재 계약 확보
- 핵심은 ‘프로액티브’ 마케팅이 아니라 ‘시연 한 번으로 학습’하는 메커니즘 + 유통 전략
- 관전 포인트: 프라이버시 로컬/클라우드 경계 명확화, 에이서 이후 추가 OEM 계약
원문 출처 / Source: https://techcrunch.com/2026/05/20/irisgo-a-startup-backed-by-andrew-ng-looks-to-become-the-ai-desktop-buddy-you-never-knew-you-needed/
Photo: Steve A Johnson / Unsplash
댓글 남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