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의 ‘전기 먹는 하마’ 문제, 빛으로 풀 수 있을까
AI 이야기를 하면 전기 이야기가 따라붙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전기를 너무 먹는다, 발열이 심하다, 전력망이 못 버틴다… 모델이 똑똑해지는 속도보다 그것을 돌릴 전기를 구하는 일이 더 어렵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이런 맥락에서 최근 발표된 펜실베이니아대 연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AI 연산의 한 단계를 전기 대신 빛으로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입니다.
무슨 일인가
이번 연구를 한 곳은 펜실베이니아대 보 젠 교수팀입니다. 결과는 Physical Review Letters에 게재되었습니다.
핵심은 ‘엑시톤-폴라리톤’이라는 입자입니다. 이름은 낯설지만 개념은 단순합니다. 빛(광자)과 물질(전자)을 아주 얇은 반도체 안에서 꽉 묶어 만든 혼성 입자입니다.
굳이 혼성 입자를 만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빛과 물질에 각각 단점이 하나씩 있기 때문입니다.
빛은 정보를 멀리, 빠르게, 손실 거의 없이 잘 전달합니다. 그런데 주변과 반응을 잘 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하면 빛은 배달은 잘하는데 ‘판단’은 못 합니다. 전자는 반대입니다. 굼뜬데 켜고 끄기는 쉽습니다.
엑시톤-폴라리톤은 이 둘의 장점만 합친 입자입니다. 빛처럼 빠르면서 물질처럼 반응도 합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지금도 ‘빛으로 계산하는’ 광 칩은 있습니다. 다만 결정적인 약점이 하나 있습니다.
신경망에는 ‘비선형 활성화’라는 단계가 있습니다. 어렵게 들리지만, 칩이 단순 덧셈·곱셈 말고 진짜 ‘판단’을 하는 순간이라고 보면 됩니다. 기존 광 칩은 이 단계를 빛 상태로 처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빛 신호를 다시 전기로 바꾸고, 처리하고, 또 빛으로 되돌립니다.
이 변환 왕복이 매번 시간과 전력을 소모합니다.
펜실베이니아대 방식은 이 변환을 아예 하지 않습니다. 빛 그대로 판단까지 끝내기 때문입니다. 실험에서 쓴 전력은 4펨토줄 정도였습니다. 작은 LED 하나를 잠깐 켜는 데 드는 양보다 훨씬 적습니다.
이 연구의 핵심
이 블로그에서는 그동안 광학 관련 소식을 꽤 다뤘습니다. 스탠퍼드 광증폭기, OPTOWL 메타렌즈, 애플이 조용히 인수한 광학 설계 스타트업 invrs.io까지 다루었습니다.
다만 그것들은 모두 빛을 ‘잘 모으고, 잘 보내고, 잘 다듬는’ 이야기였습니다. 렌즈, 센서, 신호 품질 같은 주제였습니다.
이번 연구는 결이 다릅니다. 빛으로 계산 자체를 하기 때문입니다. 비선형 활성화는 배관 같은 단계가 아니라 신경망이 진짜로 ‘생각하는’ 순간인데, 그것을 빛 안에서 직접 처리한다는 의미입니다. 말하자면 ‘빛 부품’에서 ‘빛 두뇌’로 한 단계 넘어간 것입니다.
물론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이것은 실험실에서 보여준 ‘원리’이지 완성된 칩이 아닙니다. 게다가 원자 몇 겹짜리 초박막 반도체를 써야 하는데, 이런 재료를 연구실에서 공장으로 옮기는 일은 그것대로 몇 년짜리 숙제입니다.
그래도 의미가 작지 않습니다. 엔비디아 GPU를 위협하는 이야기는 전혀 아니고, 가까운 현실의 타깃은 ‘엣지 추론’입니다. 카메라가 서버에 보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바로 알아보고, 센서가 아주 적은 전력으로 작은 모델을 돌리는 영역입니다. 이전에 1나노 트랜지스터를 다룰 때 언급한 온디바이스 AI 흐름과 같은 맥락입니다.
결국 AI의 진짜 천장은 아이디어가 아니라 ‘전기’였던 셈입니다. 그 수치가 내려가는 과정이 지금 테크 업계에서 가장 조용하면서도 중요한 흐름입니다.
한 줄 요약
펜실베이니아대가 빛과 물질을 합친 입자로 AI 연산의 ‘판단’ 단계를 전기 변환 없이 빛만으로 처리했습니다. 전력은 LED를 잠깐 켜는 것보다 적은 4펨토줄입니다. 아직 실험실 단계이지만 AI 전력 문제의 새 돌파구가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원문 출처: 펜실베이니아대, Physical Review Letters 136(14), 2026-05-18 — https://www.sciencedaily.com/releases/2026/05/260518041341.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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